[사설] 나주 소녀 성폭행, 대통령 사과 능사 아냐

입력 2012-09-01 08:00:00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경악스런 막장 범죄가 또 저질러졌다. 전남 나주에서 온 가족과 함께 거실에서 잠을 자던 만 일곱 살짜리 초교 1학년 어린이가 이불째 납치됐다. 납치된 나주의 소녀는 무자비하게 성폭행당하고 중상까지 입은 뒤 비 오는 영산강변에 버려졌다.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잠자다 사라진 나주의 소녀는 발견 당시 알몸으로 비에 젖은 이불을 덮어쓴 채 추위에 떨며 홀로 잠들어 있었다. 믿지 못할 세상, 믿지 못할 나라이다. 부모 품에서 잠자던 소녀가 납치되어 얼굴에 멍이 들 정도로 맞고, 성폭행당해 대장이 파열되고 주요 부위가 찢어지는 큰 상처를 입었다. 나주의 소녀가 평생 짊어지게 될 정신적 충격을 생각하니 견디기 어렵다.

나주 소녀는 인근 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고 광주의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었는데 피의자의 정액으로 추정되는 체액까지 발견됐다. 순천서 검거되어 압송 중인 범인은 놀랍게도 아버지, 어머니, 언니, 오빠 등 모두 6명이 안방과 거실에서 같이 자고 있는 집에 몰래 들어와서 어린 소녀를 훔쳐 만행을 저질렀다.

나영이를 성폭행한 뒤 중상을 입힌 조두순 뺨치는 인면수심이다. 걸어다니는 흉기이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나주소녀를 "삼촌이니까 괜찮다. 같이 가자"며 끌고 가서 인간 이하의 짓을 했다.

성폭행당한 나주의 소녀 엄마는 게임에 빠져 밤늦게 PC방에 갔다가 새벽 2시 20분경 귀가했다. 귀가 당시 나주의 소녀는 거실 출입구 쪽에서 자고 있었고, 오전 3시에 화장실에 갈 때 딸이 보이지 않자 안방에서 아빠와 함께 자고 있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때 안방까지 확인해 보았으면 딸이 사라진 사실을 더 빨리 알았을 텐데 안타깝다. 범인은 평소에도 나주 소녀의 집 현관 출입문을 잠그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문제는 정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여성 대상 범죄가 터지는데 치안 당국은 도대체 뭘 하고 있다는 말인가? 전자발찌를 찬 성폭행범이 30대 주부를 집까지 따라와서 성폭행하려다 살해를 하지 않나, 올레길에서 여성이 살해당하지를 않나.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터지는 여성에 대한 범죄를 근절할 대책이 하루빨리 세워져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나주 성폭행 어린이 사건을 국민께 사과했다고 무너진 마음이 다시 서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일이 터지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게 나라가 해야 할 일이다. 사과하며 머리 조아리는 대통령의 모습이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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