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선발 전성시대…62승 중 선발투수 승리 54승

입력 2012-08-31 09:29:08

장원삼·탈보트 15승 가능성

배영수 10승
배영수 10승
장원삼 14승
장원삼 14승
탈보트 12승
탈보트 12승
고든 9승
고든 9승

불펜을 앞세운 '지키는 야구'로 통했던 삼성 라이온즈 마운드의 힘이 올 시즌 '선발'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삼성은 올 시즌 창단 후 처음으로 4명의 선발투수가 10승 달성을 목전에 둬 화려한 '선발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더불어 1986년 나란히 15승을 거뒀던 김시진'성준 이후 26년 만에 15승 선발 듀오 배출을 기대하고 있다.

올 시즌 삼성이 거둔 62승 중 선발진이 거둔 승리는 무려 54승에 달한다. 30일 현재 14승으로 다승 선두를 달리는 장원삼은 자신의 시즌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우며 삼성 선발진의 선봉에 섰고, 7년 만에 10승 고지를 밟은 배영수에다 메이저리그서 10승을 거뒀던 외국인 투수 탈보트 역시 국내무대에 연착륙하면서 12승을 챙겼다. 지난 시즌 후 SK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고든 역시 9승을 거두며 10승대 투수 반열 합류에 단 1승만을 남기고 있다.

여기에 윤성환이 5승, 차우찬이 4승을 보태 삼성 선발진은 올 시즌 삼성이 거둔 전체 승수 중 무려 87%를 책임졌다. 장원삼과 차우찬이 잠깐 중간계투로 나와 행운의 승리를 거둔 것을 빼더라도 선발 승수는 52승이나 된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삼성 마운드의 무게중심은 불펜 쪽에 쏠렸다. 정현욱'안지만'권혁으로 이뤄진 허리진에다 철벽 마무리 오승환으로 짜진 삼성의 불펜은 5회 이후 출격해 무결점 호투를 펼치며 삼성의 승리를 든든히 지켰다. 불패 신화를 쓴 '지키는 야구'의 힘 때문에 삼성 선발진은 5회까지만 버티면 별 어려움 없이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패턴의 마운드 운용이 지난해부터 조금씩 선발로 무게이동을 했고, 올 시즌엔 선발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지난 시즌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감독은 삼성의 불펜야구를 선발야구로 옮기겠다고 선언했고, 지난해 그 과도기를 거친 뒤 올 시즌에 보란 듯 이를 안착시키고 있다.

류 감독은 "그동안 선발투수들이 5회 야구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불펜진에 책임이 쏠렸고, 체력적으로도 무리가 갔다. 선발라인업을 확실히 지키면서 더욱 긴 이닝을 책임지도록 마운드를 이끌겠다"고 줄곧 강조했다.

이런 류 감독의 의지는 시즌 초반, 선발진의 난조로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확실한 5선발 체제를 유지하면서 선발진에 힘을 실어줬고, 달콤한 결실도 얻고 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호쾌한 타격으로 공격야구의 팀 컬러를 보여 왔던 삼성이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는 마운드의 힘도 이에 못지않았다.

출범 원년 권영호'황규봉'이선희가 각각 15승씩을 거두며 3명의 10승대 투수를 배출했다. 1985년에는 김시진'김일융이 각각 25승, 황규봉이 14승을 올렸고, 1990년에는 이태일(13승)'김성길(13승)'김상엽(12승)이 10승 이상씩을 올렸다. 1999년에는 노장진(15승)'임창용(13승)'김상진(12승)'김진웅(11승) 등 10승대 투수 4명을 배출했지만, 당시 임창용의 주 보직은 마무리였다. 삼성은 2002년에도 임창용(17승)'엘비라(13승)'노장진(11승)'김현욱(10승) 등 4명이 두 자릿수 승수를 챙겼지만, 온전한 4명의 선발 10승 시대는 아니었다.

이를 고려할 때 올 시즌 삼성 선발진의 힘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고든이 1승을 추가해 10승 달성의 마지막 단추를 끼우면 삼성은 팀 사상 처음으로 4명의 선발투수가 선발로 나서 10승 이상씩을 거두는 금자탑을 쌓게 된다.

여기에 특급투수의 잣대로 불리는 15승 투수 2명을 배출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장원삼은 1승만 보태면 되고, 탈보트도 잔여 경기서 승수를 쌓는다면 1986년 김시진'성준 이후 또 한 번 '특급 듀오'가 탄생하는 것이다.

한편 역대 한 팀에서 10승 투수를 가장 많이 배출한 팀은 1993년 6명을 배출한 해태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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