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복의 지구촌 모험] (31)세계 3대 폭포, 파라과이 이과수 폭포

입력 2012-08-29 07:42:11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이과수 폭포 앞에 서면 그 웅장함과 거대함에 말문이 멎어버린다.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이과수 폭포 앞에 서면 그 웅장함과 거대함에 말문이 멎어버린다.
지름 100m의 반원통형 협곡으로 내리쏟는 황토빛 폭포. 지상의 블랙홀처럼 보인다.
지름 100m의 반원통형 협곡으로 내리쏟는 황토빛 폭포. 지상의 블랙홀처럼 보인다.

'이과수 폭포 앞에 서면 너무 초라한 인간!'

이과수 폭포를 보면 말문이 막혀 버린다. 거대하고 웅장할 뿐 아니라 그 규모 및 낙폭에 완전 압도당한다. 도대체 인간의 표현력이 어찌 이다지 빈약하다 말인가? 백 마디 아니, 천 마디 말로도 도저히 이과수를 표현할 길이 없다. 이곳은 지옥인가 천당인가? 물안개 피어오르고 무지개가 뜨는 걸 보면 천당이지만 천지를 삼킬 듯 퍼붓는 물벼락을 보면 무시무시한 지옥이다. 이과수 앞에 서면 인간은 너무나 초라하다. 콘크리트 빌딩 숲 속 아스팔트 위를 숨 돌릴 틈 없이 쏘다니며 아귀다툼을 벌이는 인간사 또한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며, 삶의 한평생이 폭포 아래 부서지는 포말처럼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

조그만 이해관계에 핏대를 올려 우격다짐을 하던 그 큰 목소리가 이과수의 굉음 앞에서는 모기소리만큼도 되지 못한다. 낙차 폭 80m가 넘는 275개의 폭포가 2.5㎞에 걸쳐 으르릉거리며 내리쏟는 물벼랑은 천지개벽 바로 그것이다.

◆세 나라에 걸쳐 있는 이과수 폭포

1541년 황금의 계곡 엘도라도를 찾아 강을 따라 올라오던 스페인선 알바로 카베사데바카는 포효하는 대자연의 벽 앞에서 입을 벌린 채 얼어붙어 버렸다. 그들은 이 거대한 폭포를 '성모 마리아'라 명명했다. 그러나 원주민 인디오들은 '엄청난 물'이란 뜻의 이과수라 불렀다. 인디오들은 이 거대한 폭포를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악마로 여겼다. 그중에서도 그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악마의 구멍'이었다. 지름 100m의 반원통형 협곡으로 내리쏟는 황토빛 폭포는 너무나 엄청나 세상 만물이 모두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지상의 블랙홀처럼 보인다.

이과수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 세 나라에 걸쳐 있다. 도도히 흐르는 파라냐 강이 브라질과 파라과이를 가르는 국경선이 되었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나라는 국경도시인 브라질의 '포스도 이과수'와 '파라과이의 푸에르토 스트로에스네르'는 우정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떠돌이 여행객인 나는 파라과이 입국 비자가 없었다. 한국 주재 파라과이 대사관에 비자신청을 했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며칠이 걸렸다.

◆20달러는 'No', 30달러는 'OK'

쿠바까지 들어가는 마당에 못 들어갈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떨쳐버릴 수 없었는데, 이과수 폭포에 와서야 어렴풋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브라질 최대의 상업도시 상파울루에는 교민 5만 명이 살고 있다. 상파울루 교민의 70%가 원래 파라과이에 살았는데 이 우정의 다리를 건너 브라질로 밀입국했다는 어느 교민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업 이민으로 파라과이에 들어간 뒤, 땅을 팔아 버리고는 브라질로 떠나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니 파라과이가 한국인들을 좋게 볼 리 없다. 파라과이가 한국인에게 입국비자를 꺼리는 것도 일견 타당하다는 생각을 하며 입국을 포기했다가 갑자기 마음을 고쳐먹었다.

다리 하나를 두고 못 간다는 것이 왠지 억울해 미친 척 들어가 보기로 마음먹었다. 마침내 모자를 푹 눌러쓰고 밀수꾼들 틈에 끼여 다리를 건너는데 아니나 다를까 파라과이 국경 초병이 귀신처럼 잡아냈다. 당황한 나는 20달러를 그의 주머니에 넣어 주었지만 일언지하에 'No'였다.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도 쉽게 해결됐다. 단지 10달러 더 얹어 30달러에 'OK'를 받아낸 것이다.

◆비자 없이 입국한 파라과이

통행증, 여권도 없이 파라과이 땅을 밟게 된 것이다. 일단 국경 검문소를 통과하면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다. 파라과이 경찰도 이미 국경 초소에서 영수증 없는 세금(?)을 납부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파라과이 국경도시 푸에르토 스트로에스네르는 서울의 남대문시장을 방불케 한다. 전자상가, 식료품점, 식기류점, 옷가게, 잡화상 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모포, 타월, 의류 등 생필품들은 브라질에서 파라과이로 흘러들어 가고, 가전제품, 컴퓨터, 사무용품, 카메라 등은 파라과이에서 브라질로 흘러들어 간다.

무더운 날씨에 여기저기 헤매다 보니 몸이 축 늘어진다. 한여름 '멍멍탕' 생각이 간절할 즈음 꿈같은 얘기를 들었다. 시우다 델 에스테에 '멍멍탕' 식당이 있다니! 이름하여 '봉봉식당'. 이 식당의 사장 박서한 씨는 광명네거리에서 같은 이름의 봉봉식당을 십수년간 경영하며 맛깔나는 보신탕집으로 명성을 날리다가 멍멍이 냄새가 너무나 지겨워져 보따리를 싸들고 이곳에까지 이민을 왔다. 처음엔 밀수꾼들을 상대로 전자가게, 옷가게 등을 하다가 불과 3년 만에 몽땅 말아먹고는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봉봉식당을 다시 열게 된 것이다.

이 어설픈 국경도시에 골프장이 하나 있다는 말을 듣고 좋아라 하고 달려가기도 했다. 파라냐 강을 따라 불과 10분쯤 달리자 별유천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파라냐 컨트리클럽'. 페어웨이와 그린 상태가 아주 좋다. 호수를 끼고 돌다가 야트막한 둔덕을 넘고 울창한 숲을 빠져나가는 아기자기한 코스가 재미를 더해준다.

글'사진 도용복 대구예술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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