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공원 양극화 심화…벤치만 달랑·화장실 하나 없어

입력 2012-08-28 10:01:38

근린공원 "예산 부족해 어쩔수 없어"

27일 찾은 대구 달서구 송현공원. 이름만 공원이지 '공원'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방치돼 있었다. 이곳엔 운동기구 몇 개만 설치돼 있을 뿐 기본적인 편의시설조차 없었다. 4만7천㎡(1만4천평)에 이르는 대규모 공원 내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는 고작 3개뿐. 1976년에 공원으로 결정된 뒤 36년이 흘렀지만 송현공원의 조성 집행률은 2.4%에 불과하다. 최재욱(65'대구 달서구 송현동) 씨는 "공원 안에 화장실도, 비가 와도 피할 장소도 없다"며 잘라 말했다.

대구시의 근린공원 조성 사업이 겉돌고 있다. 공원 조성 계획만 세워 놓고 수 십 년째 지지부진하거나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대구시에 따르면 조성 계획된 754개의 공원 중 43.9%인 331개는 조성 중이거나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달서구 갈산공원은 1987년에 공원으로 지정됐지만 현재까지 조성률은 0%다. 공원이라는 이름만 달고 있을 뿐 야산에 불과하다. 조태규(43'대구 달서구 이곡동) 씨는 "이곳이 공원으로 지정된 곳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북구 산격동 대불공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공원 예정지에 북구청소년회관이 만들어져 있지만 공원 조성률은 39%에서 멈춰선 뒤 더 이상 진척이 없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공원 계획은 세웠지만 조성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공원 조성 사업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근린공원과 달리 택지개발지역 내 공원 조성은 활기를 띠고 있어 공원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동구 율하2택지지구 율하체육공원의 경우 기본적인 부대시설은 물론 주차장과 축구장, 테니스장, 농구장까지 갖추고 동구 구립 안심도서관도 인접해 있어 주민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율하2택지지구에는 이곳뿐 아니라 크고 작은 공원이 10여 개나 된다.

택지개발계획에 따르면 30만㎡ 이상 100만㎡ 미만 개발계획의 경우 상주인구 1인당 7㎡ 이상 또는 개발 부지면적의 15% 이상 중 큰 면적을 도시공원 또는 녹지로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신서혁신도시의 경우 25% 이상이 도시공원과 녹지로 만들어지고 있고, 동서변택지개발지구의 동변공원과 해오라기 공원 등은 이미 조성이 끝난 상태다.

김철수 계명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택지개발의 경우 예산 집행이 원활하게 이뤄져 공원조성이 잘 되고 있지만 일반 공원은 예산 책정에서 우선 순위에 밀려 조성이 늦어지고 있다"며 "대구시가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별 형평성을 위해 공원조성 예산 확보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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