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미국의 복싱 프로모터 도널드 돈 킹이 북한에서 복싱 경기를 추진 중이라는 외신 뉴스가 전해져 눈길을 끌었다. 돈 킹은 북한 대표를 만나 이러한 제안이 담긴 편지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게 보냈으며 아직 확답을 받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돈 킹은 이 제안의 배경에 대해 "믿기 어렵겠지만 하나의 한국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돈 킹이 성사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인 북한에서 복싱 경기를 추진하며 그 이유로 한반도의 통일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이유를 댄 점이 흥미롭다.
돈 킹은 1970년대와 1980년대 프로 복싱의 황금기를 이끈 거물 프로모터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맞수인 봅 애럼과 함께 슈퍼스타들의 빅 매치를 경쟁하듯 성사시키며 프로 복싱을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만들었던 인물이다. 과실치사죄로 교도소 생활을 한 전력이 있고 마피아와의 연루설이 끊이지 않는 등 검은 과거를 갖고 있으며 폭언과 돌발 발언을 서슴지 않는 기행으로도 유명했다. 프로 복싱의 인기가 저문 지 오래고 1931년생으로 나이도 팔순에 접어들었지만, 그는 아직도 흥행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돈 킹의 발상과 추진력이 남달랐던 것은 대결시킨 선수들의 면면과 함께 정치를 활용해 경기 장소를 선정했다는 점이다. 1974년 10월 조지 포먼과 무하마드 알리 간 세기의 대결이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에서 열린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돈 킹은 자이르의 독재자 모부투 세세 세코에게 국민의 시선을 돌리도록 국제적 빅 이벤트를 개최하자고 제안, 킨샤사를 경기 장소로 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는 미국의 높은 세금을 피하려는 목적도 숨어 있었다. 이듬해 알리와 조 프레이저의 대결이 필리핀의 마닐라에서 열린 것도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를 움직인 결과였다.
과거의 전력에서 보듯 돈 킹은 복싱 빅 매치를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춰 독재자들에게 유리하게 활용되도록 해 비판받았다. 돈 킹의 이번 제안 역시 한반도의 통일에 이바지하겠다는 그럴듯한 목적보다는 국제적 주목을 노리는 북한과, 돈을 원하는 자신의 계산을 결부시키거나 성사 가능성은 고려치 않고 단순히 관심을 끌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크다. 남북 분단이 돈 킹이 일으키는 해프닝의 소재가 된 현실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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