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정치 이슈] 박근혜 최대 적은 여성이라는 점?

입력 2012-08-25 07:41:41

외교·안보엔 여자가 약해? 세계 무대선 뒤처진 생각

2007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게 패했을 때 그 결정적인 원인으로 '북한 핵 위기'가 꼽혔다. 외교나 안보에서는 여성보다 남성이 낫다는 편견이 한국민 의식구조의 기저라고 꼬집은 비판이 잇따랐다.

5년이 지나 박 후보가 집권 여당이자 유력 정당의 '첫 여성 대통령 후보'로 뽑혔다. 이념 편향 없이 전직 대통령을 참배하거나 예방하면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또다시 박 후보가 극복해야 할 최대 과제는 '여성'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2012년 현재, 전 세계에서 국가 최고지도자가 여성인 나라는 12개국이다. 독일, 인도, 필리핀, 브라질, 아르헨티나, 코스타리카, 핀란드, 스위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라이베리아 등이다. OECD 국가 중에서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나라는 브라질, 칠레, 독일, 스위스, 아일랜드, 아르헨티나, 아이슬란드, 핀란드 등 8개국이다.

'여성 리더는 위기에 약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곳곳에서 깨지고 있다.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는 22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을 선정했는데 1위가 독일의 메르켈 총리다. 2005년 사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를 꺾고 전후 독일 8대 총리가 된 그는 독일 역사상 최초, 종전 이후 최연소 총리다. 그는 그리스의 디폴트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하면서 유럽 재정위기 타개를 총지휘하는 '유럽의 최고 지도자'로 거듭났다.

박 후보는 메르켈 총리와 친하다는 것을 은근히 자랑한다. 자신도 그 못지않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앞서 메르켈 총리가 박 후보에게 서한을 보낸 데 대해 민주당이 깎아 내리거나 비꼬는 것도 메르켈과 박 후보가 비교되는 것이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2010년 남미에서도 '여풍 시대'가 열렸다. 제40대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지우마 호세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첫 여성 대통령이 배출된 것이다. 2년이 지난 지금, 호세프 대통령은 포브스로부터 영향력 있는 여성 3위를 차지했다. 호세프는 최근 고속도로'철도 등 인프라 현대화에 660억달러를 투자해 경제성장률을 5%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고,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영 경제사회개발은행의 장기 저리 금융 지원을 늘리겠다는 대책을 내놓으면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세계 정치사에서도 강력한 여성 리더는 줄곧 배출됐다. 2007년 박 후보는 자신의 롤 모델로 영국의 대처 총리를 이야기했고, 이번에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를 꼽았다. 특히 엘리자베스 1세는 아픈 가족사가 박 후보와 오버랩된다. 뉴질랜드의 헬렌 클라크 전 총리, 아이슬란드의 4대 대통령 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르, 필리핀의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 인도의 인디라 간디 등도 좋은 평가를 받은 여성 지도자다.

정치적 참여가 비교적 활발한 편인 북유럽 국가에서는 아이슬란드의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총리와 핀란드의 타르야 카리나 할로넨 대통령 등이 여성 지도자의 정점에 있다. 특히 시귀르다르도티르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파산 직전의 아이슬란드를 되살려 놓으면서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의 시대는 끝났다"는 이야기를 끌어냈다. 폭력이나 투쟁보다는 조화나 균형을 중시하는 이들은 감성(Feeling), 상상력(Fiction), 여성(Female)이라는 '3F시대'를 열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여성 지도자들이 돋보이는 것은 인권과 평화, 복지를 중시하는 '국민 섬기기' 쪽으로 정치 트렌드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 부문은 전통적으로 진보 논리였지만 박 후보는 지난해 말 자활과 자립을 통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을 발표하면서 복지 이슈를 선점, 복지만큼은 야권에 앞서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다. 박 후보가 남자였다면 그의 복지 설득력이 떨어졌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핀란드, 아이슬란드, 스위스가 국가청렴도에서 수 년째 상위권에 포함되면서 여성 리더가 남성보다 청렴하다는 분석도 무게를 얻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대한민국 첫 여성 총리로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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