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책!] 부의 도시 베네치아

입력 2012-08-25 07:57:09

부의 도시 베네치아/로저 크롤리 지음/우태영 옮김/다른세상 펴냄

15세기 베네치아의 리알토 항구는 수많은 갤리선이 쏟아내는 온갖 물건들로 가득했다. 카펫와 비단, 생강, 유향, 모피, 과일, 후추, 유리, 생선, 꽃 등 '지상의 모든 것들'이 들고 났다. 베네치아는 세계의 시장이자 국제무역의 중심지였다. 베네치아인들은 선박에 마르코 성인의 적금색 사자 깃발을 달고 세계 곳곳을 누볐다. 베네치아는 고딕 양식의 아치와 이슬람 양식의 돔형 천장, 비잔틴 양식의 모자이크가 공존하는 곳이었으며 동서양이 종교 전쟁을 벌이던 시기에 이슬람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은 최초의 유럽 강대국이었다.

'부의 도시, 베네치아'는 무역 대국으로 서기 1000~1500년까지 500여 년간 번성했던 베네치아의 역사를 흥미롭게 그려낸 책이다. 작은 도시 국가에서 무역 대국으로 발돋움한 초기부터 지구 상에서 가장 부유한 장소로 꼽히던 전성기, 16세기 이후 오스만튀르크의 영향으로 쇠퇴하기까지의 역사를 시간순으로 구성했다.

베네치아가 바다로 눈을 돌린 건 당연한 결과였다. 베네치아는 원래 굶주리던 도시였다. 6세기 간척 사업으로 세워진 베네치아는 숭어와 장어, 염전 외에 생산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밀과 목재가 드물었고, 목축도 거의 불가능했다. 해상 무역에 눈을 뜬 베네치아에게 4차 십자군 전쟁은 도약의 기회였다. 십자군의 무기와 식량 공급을 베네치아 상인들이 맡게 되면서 지중해의 무역을 지배했다. 저자는 베네치아 상인들의 외교술에 주목한다. 베네치아의 상인들은 철저하게 이윤을 추구하며 손익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또 뛰어난 해군력을 보유하고도 무력과 전쟁 대신 인내와 실리로 이윤을 얻어내는데 수완을 발휘했다. 저자는 "유럽과 동방이라는 두 경제 체제가 맞물려 돌아가게 하는 중요한 톱니바퀴였으며, 무역을 통해 세계의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말한다. 다른세상. 560쪽. 2만6천원.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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