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책!] 도조 히데키와 천황의 시대

입력 2012-08-25 07:58:35

도조 히데키와 천황의 시대/호사카 마사야스 지음/정선태 옮김/페이퍼로드 펴냄

도조 히데키(1884~1948)는 독일의 히틀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주범으로 꼽힌다. 한때 일본제국의 영웅으로 추앙받던 그는 패전과 함께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몰락했다. 일본의 전후세대에게 그는 '멸시의 대상'이자 일본 근대사의 치부로 여겨진다.

'도조 히데키와 천황의 시대'는 '아시아의 히틀러'로 불린 도조 히데키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평전이다. 저자는 도조를 통해 지역주의 파벌과 무능한 중신 정치, 육'해군의 극단적 대립 등 근대 일본의 정치'군사 제도의 온갖 모순을 짚어낸다.

도조는 육군사관학교, 육군대를 졸업한 엘리트 참모였다. 1937년 관동군 참모장으로 중일전쟁을 겪은 도조는 육군상을 거쳐 1941년 10월 수상의 자리에 오른 뒤 그해 12월 진주만 공습으로 시작된 아시아 최대의 살육전쟁을 주도한다. 수상과 육군상, 육군참모총장을 겸직하고 헌병경찰을 동원한 전쟁정치에 몰두하지만, 1944년 사이판섬 전투, 마리아나 해전 등의 패전으로 물러나 패전과 함께 A급 전범으로 사형 판결을 받고 처형된다.

저자는 일본인들은 아시아 전체를 전쟁과 죽음으로 몰아넣은 책임을 모두 그에게 덮어씌운 채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1990년대 이후로는 도조를 재평가한다는 미명 아래 그의 범죄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도조 히데키는 정치과 군사의 관계에 대해 무지했고 국제법규에도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는 국가를 병영으로 바꾸고 국민을 군인화하는 것을 자신의 신념으로 여겼다. 저자는 "이러한 지도자가 시대와 역사를 움직였던 것이 이 나라가 가장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문제"라고 말한다. 708쪽. 3만8천원.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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