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은둔형 외톨이 더이상 방치 안된다

입력 2012-08-24 11:25:53

전국 '묻지마 범죄' 자행…심각한 불안 요소로 잠재

'은둔형 외톨이'의 '묻지마식 범죄'가 우리 사회를 불안케 하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와 수원, 여의도, 울산 등지에서 '묻지마식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대부분 외톨이었다. 사회 및 심리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은둔형 외톨이를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불안 요소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갑자기 돌변 범행 저질러=의정부역에서 흉기를 휘두른 유모(39) 씨는 전형적인 '은둔형 외톨이'(일본말 히키코모리)였다. 친구는 물론 일정하게 머무는 집조차 없었으며,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도 없었다.

21일 울산시 중구의 동네 슈퍼마켓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여주인을 흉기로 찌른 혐의로 23일 구속된 윤모(27)씨도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외톨이였다. 4년째 홀로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며 일절 외출을 하지 않은 탓에 동네 이웃들은 그가 같은 동네에서 사는지 몰랐다.

은둔형 외톨이들은 평소 범죄 성향을 보이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돌변해 범행을 저지른다. 윤 씨 역시 여주인을 왜 찔렀느냐는 물음에 "그냥"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원하는 것을 정당하게 요구하기보다 '묻지마식 범죄'로 사회를 휘젖고 다닌다.

하지만 이들의 범죄 심리 이면에는 실업률 상승과 경제난 등 사회 불안과 불평등에 대해 그간 억제된 불만이 숨어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불황이 계속 될수록 삶에 대한 희망이 없는 소외 계층이 늘어나 '더 이상 갈 데가 없다'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묻지마식 범죄가 양산된다는 것.

대구경찰청 한 관계자는 "1980년대 이후 일본에서 히키코모리 가운데 범죄자가 많이 나온 것처럼 한국도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식 범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대책 마련 서둘러야=일본에서 벌어진 은둔형 외톨이의 범죄는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일자리가 불안정하거나 직업이 없는 이들은 모르는 사람들에게 생활고와 외로움에 시달린 분노를 표출했다.

2008년 6월 일본 도쿄 번화가인 아키하바라역 근처에서 20대 남성이 2t 트럭을 운전해 보행자를 치고 택시와 접촉 사고를 낸 뒤 흉기를 행인에게 휘둘러 7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파견 노동자로 떠돌던 피의자는 세상에 대한 불만이 쌓여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현재 일본은 히키코모리에 대한 대책으로 전국에 29 곳의 '히키코모리 지역지원센터'를 두고 있고 지역별 보건소, 정신보건센터에서 히키코모리 상담 및 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 상담 내용에 따라 교육기관, 자원봉사, 복지단체 등과 연계해 교육과 취업 훈련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에 비해 소외된 계층의 잠재적 범죄에 대한 예방 조치가 극히 취약하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유대감이 끊어진 은둔형 외톨이 상태 자체가 병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가족들도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구시 정신보건센터 최현진 팀장은 "사람들은 타인과 관계 맺음을 통해서 사회적인 사람이 되고, 심리적 불안감도 치유하는데 은둔형 외톨이는 자기 세계 속에 빠져 비정상적인 사고를 할 위험성이 높다"며 "사회적 유대가 줄어든다는 것 자체가 병이라는 것을 본인이나 가족이 인식하고 전문가의 치료를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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