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몰래 투기 단속 '눈먼 CCTV'

입력 2012-08-24 10:37:20

23일 오후 대구 중구 동인동의 한 골목길에 쓰레기 불법 투기 단속을 위해 CCTV를 설치했지만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가 아무렇게 방치돼 있다.
23일 오후 대구 중구 동인동의 한 골목길에 쓰레기 불법 투기 단속을 위해 CCTV를 설치했지만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가 아무렇게 방치돼 있다.

쓰레기 불법 투기를 단속하는 폐쇄회로 TV(CCTV)가 대구시내 곳곳에 설치돼 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CCTV 화면을 근거로 불법 쓰레기 배출자의 얼굴과 신분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속반들은 쓰레기를 직접 뒤져 '투기 증거물'을 찾아야만 하는 형편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8개 구'군에 설치된 쓰레기 불법 투기 단속용 CCTV는 남구 58곳, 달서구 53곳 등 230곳이다. 올해도 CCTV 추가 설치를 위해 7천600여만원의 예산을 잡아놨다.

19곳에 CCTV가 설치돼 있는 중구는 지난해 1천616건의 불법 투기를 적발했으며 CCTV가 단 한 곳도 없는 서구도 836건을 단속했다. 이에 비해 남구는 124건, CCTV가 42곳인 수성구는 57건에 그쳤다.

불법투기 단속반 관계자들은 CCTV 화질이 나빠 불법 투기자의 얼굴을 확인하기 어렵고 만약 확인한다고 해도 신원을 파악하기 힘들다며 CCTV가 사실상 계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대신 단속반들이 직접 발로 뛰어 쓰레기 봉투를 뒤지거나 이웃의 신고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

실제 230개 중 100곳은 영상이 저장되지 않는 모형 CCTV로 불법 투기자에게 경각심을 주는데 사용될 뿐이다.

대구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불법 투기를 자주 하는 곳에 CCTV를 설치해 놓으면 불법 투기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그곳에 쓰레기를 안 버리는 효과는 낼 수 있다. 하지만 CCTV를 분석해 화면을 근거로 투기자를 찾아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단속반들은 이른 새벽부터 쓰레기를 뒤져 불법투기 증거물을 찾고 있다. 대구 중구청은 지난달부터 두 달에 걸쳐 '쓰레기 불법 투기 특별 단속반'을 꾸려 직원 4명이 상습 투기 지역을 돌며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또 상습 투기 지역에 '양심 등불' 같은 조형물을 만들어 주민 양심에 호소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중구청 녹색환경과 이구철 계장은 "불법 투기자들은 봉투를 뒤져 휴대전화 번호나 집 주소 등 결정적인 증거물을 들이밀지 않으면 발뺌하기 때문에 실물증거를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며 "적발된 경우 2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돼 주민들은 반드시 종량제 봉투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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