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1-땅에게 기쁨을
가느다란 몸뚱이가 꿈틀대며 움직인다
여자, 혹은 남자
아담과 하와처럼 하나의 몸에서 태어난
만물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그 몸
슬쩍 붉은빛 홍조를 띠는 갈색 몸
물기를 머금은 촉촉한 땅을
파고들고 파고들어 헤집어놓고
메마른 땅에서 죽어가면서도
결코 꿈틀거림을 멈추지는 않는다
언제나 느릿느릿 몸을 움직이며
척박한 땅에 기쁨을 선사한다
남효정(김해시 삼계동)
♥시2-고향의 샘
고향 샘가에 향나무 있고
채송화, 봉선화 예뻤다
한낮 뙤약볕에
두레박질을 하면
물은 한 사발만 올라와
물동이 못 채운 채 머리에 이고 와야 했다
숨바꼭질할 때
도란도란 속삭였던 소꿉동무 생각나고
샘 청소 하는 날
온 동네가 시끌벅적했다
삿갓 쓴 아저씨 물통 타고 조심조심 내려가
찌꺼기까지 퍼 담아 올려 보내고
입술이 시퍼렇게 되어 올라왔다
할머니 되어도
샘에 떨어지는 꿈 무서운데
지금은 찾는 이 없어 물 넘치나
내 마음엔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편재영(김천시 교동)
♥시3-그날 사이에
이상하게 썰물처럼 힘이 빠져나가는 밤을 견뎌내는 사이에
어둠과 썰물을 밀어내는 파도에서 서성이는 내 그림자.
새벽의 윤곽을 푹푹 꺼내는 사이에
품이 제법 깊은 파도에서 파도로 흰 빗금을 긋는 내 눈동자.
잠이 덜 깬 모래알을 어루만지는 사이에
희게 빛나는 아침의 힘줄 사이로 흠뻑 뒤집어쓴 그날 밤의 두근거림.
그 곳에 날아온 새들과 한 약속들을 세어보는 사이에
이곳에서 나는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님을 대견한 듯 그저 길을 따라 뚜벅뚜벅.
류재필(대구 달서구 성당1동)
♥동시1-금상첨화
우리아빠는 일도 잘하고 컴퓨터도 잘하고
방귀만 안 뀌면 금상첨화에요.
우리엄마는 예쁘고 요리도 잘하고
잔소리만 안하면 금상첨화에요.
김효신(5세, 대구시 달서구 두류동)
♥동시2-도화지
우정이란 도화지에
추억이란 색연필로
그림을 그린다
한 번씩 불신과
싸움이란
얼룩이 묻지만
화해라는 지우개로
얼룩을 지우고
계속 그림을 그린다
정이라는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추억이라는 색연필로 색칠해서
곱게 접어
미래를 향해 날린다
나경민(대구 상원중학교 3학년)
♥동시3-반가운 시골집
할아버지 할머니 반갑습니다.
누렁이도 멍멍이도 오랜만이네.
앞마당에 꼬꼬닭은 아장아장 걸음마하고
나무 위에 참새들이 장단 맞추네.
뒤뜰에 토끼들은 오물오물 거리고
내 동생이 쫑알쫑알 반가워한다.
해가 지고 어두운 밤이 되어서
귀뚤귀뚤 귀뚜라미 자장가 소리에
반가운 시골집의 하루가
아쉽게도 조용히
잠이 듭니다.
조상현(대구 달서구 상인1동)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박현옥(김천시 다수동) 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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