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누치잡이 천렵

입력 2012-08-23 10:56:38

'눈 감으면 떠오르는 고향의 강, 지금도 흘러가는 가슴 속의 강, 아~ 어느덧 세월의 강도 흘러, 진달래꽃이 피는 봄날에, 이 손을 잡던 그 사람, 갈대가 흐느끼던 가을밤에, 울리고 떠나가더니….'

소위 70, 80세대라면 누구나 귓전에 아련한 '고향의 강'이란 노랫말이다. 배산임수의 취락 구조가 대부분이었던 농촌 마을에서 자란 사람들은 고향 하면 뒷동산과 함께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개울과 강이다.

특히 개울은 유년의 기억이 비롯되는 곳이다. 검정 고무신으로 피리 새끼를 쫓던 어린 시절의 놀이는 나이가 들면서 천렵으로 이어졌다. 어른들에게 천렵은 여름철 놀이 문화요 농사일에서 잠시 벗어나는 망중한이었다.

아이들은 멱을 감다가 천렵에 나서곤 했다. 은모래가 고운 냇물이나 자갈이 보석 같은 강물에는 물고기들이 지천이었다. 피라미, 송사리, 동사리, 퉁가리, 버들치, 꺽지, 미유기, 모래무지, 수수미꾸리, 은어, 미꾸라지, 붕어, 메기, 가재, 새우….

어른들은 투망을 던지거나 깊은 물에 그물을 치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반두나 어레미를 들고 얕은 도랑과 여울을 뒤졌다. 형들이 반두질을 하면 동생들은 신발과 종다래끼를 들고 따라다니며 잡은 고기를 받아 담았다.

더러는 헌 모기장을 찢어서 만든 그물로 어른들 흉내를 내거나, 찌그러진 소쿠리를 대고 풀숲을 들쑤시다 보면 손바닥만 한 붕어나 팔뚝만 한 메기를 잡는 횡재를 만나기도 했다. 통학용 자전거의 헤드라이트용 배터리 전력을 활용하는 첨단 전법을 구사하기도 했고, 깜깜한 밤중 물가에서 잠자는 고기를 기습하는 횃불치기는 천렵의 색다른 재미를 안겨줬다.

안동시 정상동 귀래정 앞 낙동강변에서 24일부터 사흘간 '누치잡이 전통 천렵 시연회'가 열린다. 잉엇과인 누치는 모래와 자갈이 있고 물살이 빠른 큰 강의 상류에 살기 때문에 그리 흔한 어종은 아니다.

더구나 '낙동강 모래여울의 왕자'로 불릴 만큼 다 자란 놈은 크기가 팔뚝만 한데 명주그물 후리기로 잡아내는 맛이 일품이다. 내친김에 '여울목 투망 던지기' '동사리 통발치기' '피라미 사발몰이' '여울살 줄낚시' 등 다양한 전통 천렵을 재현하고 고기잡이 도구들도 전시한다.

잡은 고기로는 강변에 솥을 걸고 고추장, 된장 양념과 인근 밭에서 갓 추려온 푸성귀를 넣고 매운탕도 푸짐하게 끓여 나눠 먹는다고 한다. 고향의 강이 새삼 그리운 늦여름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