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생활 속 불안 가중…취약한 사회안전망 보완을
최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목숨을 빼앗거나 특별한 사유 없이 난동을 부리는 '묻지마식 범죄'가 잇달아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시민들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이웃이 사이코패스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잇단 '묻지마 범죄'=대구 북부경찰서는 21일 술에 취해 길가던 사람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A(49)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달 14일 오후 북구 산격동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길 가던 B(34) 씨가 욕설을 한다고 착각해 맥주병 파편을 휘둘러 전치 5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뚜렷한 직업이 없는 A씨가 술을 잔뜩 마시고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A씨가 세상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달 18일 경기도 의정부시 지하철 1호선에서는 직장을 구하러 다니던 유모(39) 씨가 불특정 다수에게 흉기를 휘둘러 8명이 다쳤고 21일 수원에서는 한밤중에 집에서 잠을 자던 고모(65) 씨 가족 3명이 갑자기 들이닥친 강모(39) 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고 씨가 숨지고 부인과 아들은 중상을 입었다. 주점에서 성폭행에 실패한 뒤 달아났던 강 씨가 가정집에 뛰어들어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 상대와 장소가 특정되지 않고 이유도 불분명한 '묻지마 범죄'가 잇따르자 시민들은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이은경(41'여'남구 대명동) 씨는 "묻지마 범죄가 터질 때마다 같은 상황을 겪을까 봐 불안하다"면서 "요즘엔 노숙인이나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옆을 지나가면 멀리 떨어져서 간다"고 말했다.
◆불특정 다수 향한 범죄, 왜 증가하나=전문가들은 최근 사회에서 고립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세상을 향한 불만을 모르는 사람에게 극단적으로 표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8일 의정부역에서 흉기를 휘둘러 8명을 다치게 한 유 씨는 10년 동안 일정한 직업도, 주거도 없었다. 유 씨 같은 이들은 사회에 대한 분노와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극단적인 행동을 보였다.
대구시 정신보건센터 최현진 팀장은 "개인주의로 인해 공동체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도덕적 기준이 불명확해져서 비정상적인 가치관을 정당화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면서 "최근 묻지마식 범죄는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개인이 쌓아뒀던 불만이나 분노를 범죄로 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범죄의 증가 원인에 대해 개인보다는 사회적인 원인이 크다고 지적한다. 가족의 해체와 취약한 사회안전망, 치열한 경쟁사회가 주는 스트레스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계명대 허경미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실제 묻지마식 범죄는 없는 것이다.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 부족이 범행으로 나타난다. 사회적 주변인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감을 줄이고 그들을 돌볼 수 있는 복지 시스템을 강화하면 무고한 피해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영'이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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