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 봉하마을 방문…"얼마나 가슴 아프실지 잘 이해"

입력 2012-08-22 10:24:48

권여사 "바로 이튿날 먼길 찾아 줘 감사"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공식 일정 첫날인 21일 전격적으로 김해 봉하마을을 찾은 것은 직접 내린 결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 경선 캠프에 따르면 후보 지명 뒤 방문 예정지로 잡은 곳은 20여 곳이었지만 박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을 첫 번째 방문지로 정했다고 한다. 전날 수락연설문에서 밝힌 "저부터 국민 대화합을 위해 앞장서겠다.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아끼는 분들이라면 그 누구와도 힘을 모으겠다"는 각오와 같은 맥락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박 후보는 '나쁜 대통령'이라는 평가까지 내놓으며 노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에 직접 봉하마을을 찾았으나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조문을 저지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민주통합당 문재인 경선 후보와는 대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박 후보의 첫 묘역 참배였던 이날도 사소한 충돌이 빚어졌다. 오후 4시 7분쯤 검은색 상'하의 차림으로 묘역에 도착한 박 후보를 향해 한 1인 시위자가 '참 나쁜 후보의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계획된 참배를 반대합니다' 등의 피켓을 든 채 "새누리당 사죄라하"고 외쳐 제지를 받았다. 사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한 시민이 박 후보에게 달려들어 옷을 붙잡으려 하기도 했다.

참배를 마친 박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권 여사는 건물 계단 중간까지 내려와 박 후보를 맞았고 사랑채로 이동해 20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날씨 이야기로 인사를 건넨 박 후보는 "옛날에 제 부모님 두 분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얼마나 힘든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여사님이 얼마나 가슴 아프실지 잘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 "제 꿈은 어느 지역에 살든, 어떤 직업을 갖든 모든 국민이 꿈을 이루고 행복하게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열심히 잘해서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에 권 여사는 집에서 딴 무화과를 내놓으며 "후보로 선출된 뒤 바로 이튿날 먼 길을 찾아 주셔서 감사하다"며 "이 일(대선 출마)이 얼마나 힘든지 내가 잘 안다. 박 후보도 건강을 잘 챙기시라"고 덕담을 건넸다.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들은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문재인 후보는 담쟁이포럼 주최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초청 강연에 참석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형식적인 방문이 아닌 과거 상처를 치유하고 국민 화합을 도모하는 진정성을 가졌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정세균 후보도 부산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의 정치를 해보자는 뜻에서 방문하는 것인데 그런 것까지 폄하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김두관 후보는 "방문 자체에 대해서는 평가하지만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없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도 앞장섰던 분"이라며 "방문의 진정성이 없어 보여 아쉽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에는 국립현충원을 찾은 뒤 캠프 실무 보좌진 20여 명과 캠프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했다. 캠프 본부장이나 단장, 위원을 맡은 참모급 인사는 제외된 '낮은 행보'였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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