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갤러리의 특징상 어린이 관객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갤러리가 뭐하는 공간인줄도 모르고 거실보다 넓고 탁 트인 마룻바닥이 좋아 들어오기도 하고,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들어오기도 한다.
그나마 사실적 묘사로 꾸며진 구상미술 작품전은 덜하지만 추상미술이나 이해하기 힘든 설치미술 전시회가 있을 때면 하나같이 사지를 비비꼬고 산만한 행동을 하며 도망가다시피 갤러리 문을 빠져나간다. 갤러리 전시 작품들을 굳이 예술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어린이들 눈에는 신기하거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기발한 물건도 아름다운 색채나 형상미를 느끼게 해주는 화려한 그림도 아닌 그저 일상에서 보고 듣는 사물들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본래 예술이란 어느 시대든 현실에 기초한 작가적 상상력의 소산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현실이 오히려 작가적 상상력을 앞질러 버리기 때문에 특히나 어린 관객들 눈에는 이러한 현대미술들이 그저 시시해 보일 수도 있다. 큼지막한 모니터에 화려한 색상의 화면과 컴퓨터와 연결되어 내가 원하는대로 화면을 조작하며 즐기는 요즘 어린이들 눈에는 갤러리에 전시된 현대미술품들이 과연 어떻게 느껴질까 하는 반문을 해 본다.
매번 방학 때면 어려운 현대미술은 잠시 접어두고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는 어린이 미술관을 마련한다. 입시 교육에 밀려 미술 과목이 차지하는 비중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어린이들에게 보다 다양한 미술적 체험 기회를 제공해 주기 위해 마련된 방학 프로그램이 이제 그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 행사들에서 매번 느끼는 점이지만 어려워하고 싫어했던 현대미술을 어린이들 시각에서 구성하고 연출해 냄으로써 현대예술이 주는 소통의 새로운 가능성을 경험한다. 현대 작가들 작품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창작 아이디어와 기법들에 대한 이해와 경험들을 어린이 미술관에서 직접 체험해 봄으로써 얻는 어린 관객들의 만족도는 이유 없이 싫어했던 갤러리 문턱을 낮추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예술이 주는 상징성을 어린이들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어린 관객들이 흥미롭게 즐기고 자발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진정한 어린이 미술 교육이 아닌가 싶다. 물론 어린이들이 현대미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놀이같은 미술, 미술을 통해 사회와 과학, 역사를 공부하는 갤러리 속에서 어린이들이 즐기며 공부한다면 미래의 우리 사회는 분명 변화할 것이다.
물질적 풍요로움과 함께 문화적 풍요로움이 주는 삶이 행복 만족도가 높은 진정한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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