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다큐로 보는 은밀한 반사회적 문제, 집단 따돌림

입력 2012-08-22 07:14:59

EBS 국제다큐영화제(EIDF) '불리' 24일 오후 8시 50분

'불리'(Bully)는 미국 롱 아일랜드 출신 감독 리 허쉬(Lee Hirsch)의 작품으로 왕따 문제를 현실감 있게 다룬다.

미국의 5개 주에 걸쳐 5명의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 학교와 공동체에서 왕따를 당하고 희생되었는지를 1년여에 걸쳐 취재한 화제의 다큐멘터리다. 5명의 아이들 중 2명은 각각 17, 12세의 어린 나이에 자살을 선택한 '이미 죽은' 아이들이다. 집단 따돌림이라는 은밀한 반사회적 문제가 미국 사회에 얼마나 깊이 뿌리 박혀 있는지 가감 없이 드러낸다.

매년 미국 전역의 학교에서 1천300만 명의 청소년들이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영화 '불리'는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다섯 청소년과 그들의 가족이 겪는 혼란스런 삶 속으로 관객을 이끈다. 카메라는 냉정하리만치 그들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본다. 때로는 영화적으로, 때로는 가장 현실적인 느낌으로 아이들의 고통과 트라우마를 기록한다. 어느새 우리는 부모로서, 교사로서, 교육행정 공무원으로서, 그리고 하나의 공동체적 입장에서 왕따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리 허쉬 감독 역시 어릴 때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왕따 문제는 눈으로 봐야만 한다는 것도 그의 주장이다. 카메라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왕따로 고통 받는 아이들과 그 가족의 감정선을 따라간다. 단순한 사실의 기록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지, 다큐멘터리의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왕따 문제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방관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꼭 봐야 할 작품이다. EBS 국제다큐영화제(EIDF) 개막작인 '불리'는 24일 오후 8시 50분 방송된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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