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택시기사 밤엔 악사 "더불어 사는 사회 동참"
"신천에서 산책하는 시민들에게 음악을 선사해 신천의 밤문화를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7시쯤이면 동신교와 수성교 사이의 신천 둔치에는 '알밤' 머리를 한 악사가 등장한다. 택시기사 강민(57'본명 김상현) 씨다. 20여 년 동안 택시 운전대를 잡아온 강 씨는 지난 5년간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 신천에서 일주일에 두 차례 씩 시민들에게 노래 선물을 하고 있다. 특별한 무대도 없다. 자신의 택시로 싣고 온 전자오르간, 앰프, 스피커 등의 음향기기를 맨땅에 설치하고 공연한다. 무대 앞에는 시민들이 편하게 앉아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낡은 장판 몇 장을 깔아 배려했다. 곡목은 '부초같은 인생' '시계바늘' '일편단심' '울어라 열풍아' '사랑아 내 사랑아' 등 누구나 좋아하고 따라 부르기 쉬운 신나고 경쾌한 트로트로 준비한다.
"공연은 오후 8시부터 시작되지만 시민 20, 30명이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어요. 5년을 공연하다보니 팬들도 많이 생겼나 봐요. 밤 10시에 공연이 끝나는 데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는 뜨거워요. 하루의 피로가 확 씻기는 것 같아요."
더불어사는 사회에 조금이라도 동참하기 위해 신천의 악사로 나섰다는 강 씨. 그는 신천을 시민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장소이면서도 만남과 소통의 공간이자 즐거운 밤문화가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금요일은 공연 위주지만 수요일은 대중가요교실 무료 강좌를 열고 있다. 관객이 보통 100명이 넘는 데 많을 땐 300명 정도 모일만큼 인기다. 대중가요교실은 최신 신곡과 애창곡 위주로 강좌를 갖는 데 시민들의 열의가 대단하다.
그는 또 해마다 '신천사랑 시민애창 가요제'도 열고 있다. 올해 4회 가요제는 이달 22일 신천 둔치에서 펼쳐진다. 평소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13명의 시민이 출전해 노래 기량을 가린다. 가요제 경비는 평소 음악공연 모금과 협찬으로 마련하고 있다.
"요즘은 음향기기를 작동할 전기시설도 변변치 않아요. 인근 일부 주민들의 민원 때문인지 전기가 자주 끊겨요. 시민들과 약속한 공연을 포기할 수 없어 택시 배터리에 전기선을 연결해 공연하기가 일쑤죠."
그의 공연은 아내 임정자(54) 씨가 묵묵히 도와줘 가능하다. 음향기기를 날라주고 공연 후 뒷정리를 해준다.
그는 창단 12년의 가요사랑봉사단 단장도 맡고 있다. 한 달에 2, 3회 요양원과 노인복지시설을 방문해 노래봉사를 하고 있다. 이 밖에도 노래 강사, 웃음 치료, 레크리에이션, 매일신문 시민기자 등 왕성한 활동도 하고 있다. 그는 1985년 시인으로 등단해 '쇠달구지 노래' '신보릿고개' '바람은 그냥 바람이게' 등 시집도 3권 출간했으며 현재 대구작가회 감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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