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스, 경기장 넘어 세상 속으로
프로야구의 인기가 한여름 날씨만큼 뜨겁다. 올 프로야구는 최소 경기(190경기)만에 3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역대 최다인 800만 관중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흥행의 새 역사를 써내려 가는 프로야구의 인기 뒤에는 야구 사랑으로 똘똘 뭉친 서포터스들이 있다. 흔히 골수팬으로 불리는 서포터스들은 야구뿐 아니라 축구'농구 등 각종 스포츠 경기의 인기몰이를 주도하는 주인공들이다. 지난해 대구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었던 것도 서포터스의 힘이 컸다.
서포터스는 공익을 실현하는 전도사 역할도 한다.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2012 여수세계박람회 등 굵직한 국제 행사를 알리는 현장에는 어김없이 서포터스가 있었다. 최근에는 정치인과 기업'특정 상품을 홍보하는 데도 서포터스가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이쯤 되면 서포터스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서포터스의 세계를 조명했다.
◆서포터스의 대부, '붉은 악마'
서포터스(supporters)는 지지자들 또는 후원자들을 의미하는 영어이다. 서포터스와 자원봉사자는 다른 개념이다. 국제적인 스포츠대회에서 서포터스는 선수단 환영과 응원 등 경기 외적인 지원을 담당하는 반면 자원봉사자는 대회가 원활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운영을 돕는 역할을 한다. 자원봉사자는 대회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를 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교육을 받지만 응원 부대인 서포터스는 교육을 받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서포터스 열풍을 불러 일으킨 것은 '붉은 악마'다. 붉은 악마는 1995년 '그레이트 한국 서포터스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결성된 후 공모를 통해 1997년 붉은 악마로 개칭했다. 붉은 악마의 진가가 드러난 것은 2002 한일월드컵 때이다. 붉은 악마는 붉은 티셔츠를 입고 길거리 응원을 주도하며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의 '4강 신화'를 이끌어내는 한 축을 담당했다. 붉은 악마가 보여준 자발적 응원 문화의 진수는 이후 우리나라에 서포터스 문화가 본격적으로 뿌리내리는 자양분이 됐다.
◆다양한 서포터스의 세계
서포터스 문화가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면서 서포터스가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국민의 안전한 해외여행을 돕기 위해 해외안전여행 전국 대학생서포터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충청권'호남권'경남권 등 지역별로 구성된 4기 서포터스가 활동 중이며 경북대'대구대'영남대 학생들로 구성된 대구팀도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3기 서포터스로 활동했다.
한국관광공사는 한국관광서포터스와 한옥서포터스를 결성해 우리 문화를 알리는 도우미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산재해 있는 관광 정보와 소식을 전해주는 한국관광서포터스는 경기'강원'충청'전라'경상권 서포터스로 구성되어 있다. 한옥서포터스는 한옥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한옥 숙박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08년부터 대학생 금연서포터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6기를 배출한 대학생 금연서포터스는 캠퍼스 내 금연 구역 지정, 지역 사회 금연 거리 조성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수입산 쇠고기의 공세에 맞서 한우의 우수성을 알리는 한우서포터스도 구성되어 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결성한 한우서포터스는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런던을 방문해 길거리 공연과 한우 맛 체험 등의 활동을 펼쳐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한류 인기를 반영하듯 한류서포터스도 출범했다. 대전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들로 구성된 한류서포터스는 최근 페이스북(www.facebook.com/daejeonacts)을 오픈하고 한류 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 밖에 행정안전부는 주요 정책을 홍보하는 사이버서포터스, 대한적십자사는 대학생 헌혈서포터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 대선이 다가오면서 박근혜서포터스를 비롯해 전국 16개 시'도 70여 개 대학 소속 학생들로 구성된 문재인서포터스 등 대선 주자들을 위한 서포터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SNS에서도 서포터스 바람
시대상을 반영하듯 서포터스 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파워 매체로 부상하면서 SNS서포터스가 서포터스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는 지난달 6일 조직위원회 대회의실에서 1기 SNS서포터스 위촉식을 가졌다. 조직위원회가 올 5, 6월 지원서를 받아 선발한 20명의 SNS서포터스는 SNS를 통해 인천아시안게임 준비 과정 및 관련 소식을 신속하게 전달하는 첨병 역할을 맡았다.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도 지난해 여수세계박람회에 관심을 갖고 있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엑스포SNS서포터스를 구성했다.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1천여 명의 엑스포SNS서포터스는 국경과 지역, 직업과 세대를 초월해 여수세계박람회를 알리는데 한몫을 담당했다. 대구시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어깨동무'라는 SNS스포터스를 구성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당시, 450여 명의 '어깨동무' 회원들은 자신의 SNS를 이용해 대회 소식을 국내외에 전하며 대구를 육상 도시로 발돋움시키는데 일조했다.
◆서포터스가 각광 받는 이유
대구시는 오는 10월 11일부터 17일까지 대구에서 열리는 제93회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시민서포터스를 모집하고 있다. 선수단서포터스와 종목별서포터스로 구분해 이달 말까지 모집하는 시민서포터스의 규모는 1만여 명이다. 9천여 명을 모집하는 선수단서포터스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대구시와 구'군을 통해 모집하고 있다. 대구시생활체육회를 통해 모집하는 종목별서포터스는 동호회 회원과 고등학교 선수 등 특정 종목에 대한 지식을 갖춘 시민이 대상이다. 대구시는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는 1만7천여 명의 서포터스를 모집했으며, 2003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때는 8천여 명의 서포터스를 운영한 바 있다.
2014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할 예정인 인천시도 서포터스를 모집하고 있다. 인천시는 2014년까지 5만여 명의 서포터스를 모집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 6월 3일 송도국제도시 인천대학교 학생회관에서는 인천아시안게임 대학생서포터스 2기 수료식이 열렸다. 특히 인천시는 '아시안게임 서포터스 운영'지원 조례'까지 제정하며 서포터스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제정된 '아시안게임 서포터스 운영'지원조례'는 서포터스 활용에 필요한 경비를 지급하고 활동 실적이 우수한 개인'단체에 대한 포상 등의 지원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행사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서포터스 모집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서포터스 구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서포터스가 행사의 성공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김석동 대구시 자치행정담당은 "서포터스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창구다. 서포터스가 많을수록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었던 것도 서포터스 덕분이었다. 또 서포터스는 민간외교관 역할도 한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자국 선수단을 따뜻하게 맞이해 준 서포터스의 활동에 감동을 받은 벨라루스 대통령이 대회가 끝난 후 대구시에 감사의 뜻을 전했을 만큼 서포터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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