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서 전시회… 유년의 추억 일깨워
대구미술관 1전시실을 들어서면 천장 가득 나무로 된 사과상자들이 매달려 있다. 사과상자는 은은한 소나무 향기와 함께 오래된 기억을 일깨운다.
설치작가 타다시 카와마타는 과감하게도 전시실 전체에 사과상자를 빽빽하게 설치했다. 어둡지만 따사로운 기억. 과수원 나무 아래에서 놀던 유년의 기억, 또는 사과 궤짝이 쌓여 있던 가을의 향기를 깨운다. 6천여 개의 상자들은 저마다 6천여 개의 기억을 간직한 채 매달려 있다. 서늘한 소나무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온다. 전시장 조명 사이로 사과나무 궤짝의 그림자가 흔들린다. 전시장 전체가 마치 거대한 캔버스와 같다.
이번 전시는 11월 4일까지 열린다. 전시장 한 쪽, 사과나무 상자로 쌓아놓은 공간에는 이번 전시 과정을 비롯한 작가의 작업과정이 담긴 영상이 흘러나온다.
설치작가 타다시 카와마타는 '현장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많은 상자를 엮고 설치하는 작업은 혼자서 못해요. 함께 작업하는 학생들에게서 끊임없이 영감을 받지요. 현장에서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그는 왜 사과상자를 선택했을까.
"대구를 방문했을 때 대구의 이미지에 대해 토론하다가 '사과'라는 힌트를 얻었어요. 요즘은 농가에서도 대부분 종이 상자를 사용하니 나무로 된 상자를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어요. 하지만 한 달 만에 8천여 개의 나무상자를 확보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작품을 할 수 있겠다 싶었죠."
그는 부산에서 설치작업을 했을 때는 생선 상자를 작품화했다. 그는 과거의 기억을 중요시한다. 그 상자를 만들고, 상자에 사과를 담았던 상자 하나하나에 묻은 손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기억과 역사를 통과해 오늘날까지 존재하고 있는 그 물건의 기억을 작품으로 되살린다. 이번 전시를 위해 15개가 넘는 사과 농가들이 방치해두었던 사과상자를 기증했다. 그는 이 작품에 '박스 컨스트럭션 인 대구'(Box construction in Daegu)라고 이름붙였다.
"제 작품은 아이들의 블록놀이나 마찬가지예요. 쌓고 모양을 만들지요. 그런 느낌으로 봐주세요."
작가는 1전시실의 작품 외에도 미술관 입구에 거대한 설치 작품을 만들었다. 이것 역시 미리 계획한 것이 아니라 전시실과 미술관 외부의 작품을 연결하는 의미에서 만들었다. 원형으로 쌓아놓은 사과상자는 특정한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미술관 외부의 작품은 사용했던 나무상자가 아니라 새로 제작한 나무상자로 설치를 마쳤다. 안전상의 이유 때문이다. 작가는 주차장 타워 등의 작품은 3여 년 간 전시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김선희 대구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인 타다시 카와마타가 국내에서 갖는 최초의 미술관 전시이며, 1전시실의 작품은 그동안 한국에서 선보였던 작품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설치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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