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백일장] 자연 속에서의 우리/아들의 친구/식은 밥의 정/우리는 하나

입력 2012-08-17 07:55:21

♥ 수필1-자연 속에서의 우리

우리는 삶을 영위함에 있어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살아간다. 성장과정에 있어서 좋은 경험들, 좋은 감각의 대상을 맛봄으로써 좋은 성격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기억에 깊이 저장되어 어느 순간순간에 무의식적으로 표출함으로써, 정도의 차이에 따라 여러 가지 행동이 나올 수 있다. 언제나 신중한 말과 행동의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인생의 길이는 마음대로 정할 수 없지만 인생의 넓이와 깊이는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된다. 자연은 인류의 스승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릴 때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들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본다.

어린 시절 아름다운 꽃들, 감미로운 음악소리가 흐르는 듯 낙원에서, 황홀하게 살며 어느 누구에게도 신경 쓰지 않고, 유유자적하게 자연과 노니는 것이 습관처럼 생활했던 삶이 나에게 큰 주춧돌이 되어 주었다. 많은 시련과 좌절 속에서 당당히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도 어릴 때 자연과 무한정 함께 뛰어 다니던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감사를 잊을 수 없다. 숨을 할딱거리며 논과 들판을 노닐던 어릴 때 자연의 기운이 아닌가 싶다.

'나'라는 생각 '남'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인간과 자연은 하나로 통함으로써 서로 아끼며 사랑하는 마음, 영혼의 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위대한 힘과,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듯한 무아지경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바쁜 생활에서도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은 최고의 친구가 아닐 수 없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오늘도 삭막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을 향해 탈출하고픈 생각이 자꾸 밀려오는 것은 이런 자연의 인자함이 아닐까 싶다.

장명희(대구 달서구 이곡2동)

♥수필2-아들의 친구

초등학교 때부터 게임에 달인이었던 아들 주위에는 친구들이 많다. 왜냐하면 게임의 레벨 업을 대신 시켜주기 때문이다. 컴퓨터 앞에 앉으면 눈동자가 반짝반짝하는 아들에게 아무리 하지 말라고 만류해도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니 제재 방법을 모색하던 중이었다.

"게임이 좋으면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말고 화장실도 가지 말고 게임만 해 볼래?"라는 나의 최후 통첩에 아들은 "앗싸~ 할 수 있어요!"라고 대답한다.

일요일 오전 , 나의 의도와 다른 아들의 반응을 보며 마라톤 시간을 측정하듯 게임종료시간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낮 12시쯤 되어가니 소변이 마려웠던지 허리를 비트는 아들에게 "그 자리를 일어서려면 컴퓨터를 끄고 일어서라"고 했더니 꾹 참다가 도저히 안 되겠던지! 20여 분이 경과한 뒤 게임을 종료하였다.

그 후 게임 동호회처럼 함께 몰려다니던 친구들이 뜸해지고 낯선 친구가 놀러 왔다.

이제 중학생이 된 아들은 그 친구와 의형제처럼 지내며 게임에서 자유로워졌고, 함께 공부하는 방법을 의논하는 모습을 보며 아들 하나 더 얻은 것 같아 참 보기 좋다. 역시 사춘기 아들에겐 친구의 충고가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문권숙(대구 북구 팔달동)

♥시1-식은 밥의 정

아비야

식은 밥 먹고 가라 그 말씀이 정겹구나

당숙모님 하신 말씀 어매 말씀 같사오니

숙모님 돌아가시면 어느 분이 또 하실까

더운 밥 못잖은 정든 말씀이여

중병을 앓아누우신 그 모습이 가여워라

야윈 손부여 잡으니 따스함이 흐른다

백약이 무효이니 자식은 속이 탄다

인생은 높낮이 돼 죽음 길은 같구나

당숙모님

서럽던 일 접어 두시고 좋은 인연 안고 가소

네 마음 내 알았다 고맙다 기성 아비

두 눈에 낙루하시니 측은함이 한이 없다

당숙모 아베 종반 내 종반 느낌으로

돌아서니 재종이라 멀어짐이 안타깝다

천리가 이러할지니 어찌아니 서러우랴

극락왕생 하시어서 자손들 살펴주소

그 정성 그 사랑으로 축원하여 주옵소서

하직인사 하고 나니 눈물이 앞을 선다

커피 먹을 나나 식은 밥 먹고 가라

그 말씀이 그립구나 귀에 쟁쟁하더이다

당숙모님

꾀병처럼 일어나시어 다시 말씀하소서

박효준(대구 달서구 송현2동)

♥시2-우리는 하나

나는 동그랗게 보이는 것 그는 네모라 하고

네모나게 보이는 것 세모라 하네

나는 노랗게 보이는 것 저는 빨갛다 하고

빨갛게 보이는 것 파랗다 하네

나도 그도 저도 어느 누구도 너무 다른 세상

경상도 친정어머니 사람은 층층만층구만층이라

경기도 시어머니 사돈의 이(참외) 먹기도 각각이라

하시더니 같아지려고 애써 보아도

내 모양 내 색깔 바뀌지 않는구나

다만 이 넓은 대지 위에 홀로 두지 않고

함께 있어 나 못 보는 것 보아주고

널 보며 날 알 수 있게 하니 위로되더니

어느 순간 문득 네 안에 나있음

내 안에 너 있음을 보게 되는구나

박현옥(김천시 다수동)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조경숙(대구 남구 봉덕동) 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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