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즐기는 사람들] 얼음공장·얼음조각전

입력 2012-08-16 14:08:25

한여름에 만나는 얼음…땀이 꽁꽁 얼어붙죠

한낮 기온이 30℃를 훌쩍 넘어서는 무더위 속에서도 활짝 웃으며 일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얼음공장'이다. 얼음과 지내는 이들은 더위를 느낄 겨를조차 없다. 일은 고되지만 더위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은 없다.

◆시원한 얼음공장

"시원하고 좋아요."

한국에 온 지 8개월 된 우즈베키스탄인 암바르(25) 씨. 암바르 씨는 일하던 회사가 5일 간 휴가에 들어가자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맘먹었다. 일 하기로 한 업체는 대구 서구 중리동에 있는 얼음공장 '태평냉동'. 암바르 씨가 하는 일은 부족한 일손을 거드는 일이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구한 것만 해도 행운"이라며 "처음 해보는 일이라 힘들긴 한데 얼음공장이라 그런지 시원해서 할 만하다"고 했다.

제빙실에서 꼬박 이틀(48시간) 얼려진 얼음덩어리 한 개 무게는 자그마치 135㎏. 얼음덩어리는 창고로 가거나 분쇄기가 있는 곳으로 옮겨진다. 용도별로 분쇄된 얼음은 포장작업을 거쳐 냉동탑차에 실려 대구경북은 물론 경남, 경기도까지 팔려나간다.

40여 년간 얼음 일을 해온 태평냉동 김광원(68) 대표는 "냉장고 보급이 보편화 된 후 경영이 썩 좋진 않지만, 얼음 질을 높이는 한편 다양한 용도별 얼음조각을 생산해 판매처를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600여㎡ 규모의 얼음창고에는 얼음덩어리와 상품으로 포장된 얼음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창고 온도는 영하 8~9℃. 바깥 날씨는 후텁지근하지만 이곳은 여름옷 대신 겨울 점퍼를 입고 일해야 할 정도로 춥다.

태평냉동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김 대표를 비롯해 부인 곽순자(64) 씨, 아들 성진(39)'형기(34) 씨, 직원 6명 등 10명. 김 대표는 "대구에서 얼음을 생산하는 공장이 우리밖에 없다보니 주문량을 대기 위해 풀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수기라 직원들의 여름휴가는 9월 이후로 미뤘다고 했다.

◆여름 속 겨울, 부곡하와이

'수영복 차림으로 입장할 수 없습니다.'

부곡하와이 얼음조각전시관 앞에 붙은 문구다. 전시관 안에는 얼음성을 비롯해 인어공주, 푸어, 공룡 등 영화나 만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캐릭터의 얼음 모형이 전시돼 있다. 화려한 조명으로 물든 얼음조각은 '얼음나라'를 연상할 정도로 환상적이다.

200여㎡ 규모의 전시관 온도는 영하 2도. 들어가자마자 금세 땀이 식는 것은 물론 으스스한 한기까지 느낄 정도다.

부산 동래구 안락동에서 온 서현지(11) 양은 "얼음으로 조각한 모형이 환상적이다. 특히 영화나 만화에서 보던 캐릭터라 좋다"며 "들어온 지 10분도 되지 않았는데 추워서 나갔다 다시 들어와야 될까 보다"고 연방 팔을 쓰다듬는다.

부곡하와이 워터파크 입구에서는 오전 10시와 오후 2시 조설기(눈 만드는 기계)를 이용해 인공 눈을 만들어 뿌리고 있다. 비키니 차림의 여성이 보인다. 눈을 온몸으로 맞는가 하면 쌓인 눈 위를 맨발로 걷는 사람, 눈을 뭉쳐 눈싸움을 하는 사람도 있다.

조기찬(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동) 씨는 "여름에 눈을 보니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등줄기엔 땀이 흐르는데 뭉친 눈을 만진 손과 발은 차가워 묘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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