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구치는 물기둥…옷이 젖어야 재미있지요
말복(末伏)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한낮 온도는 30℃를 오르내리고 있다. 그래서 생각나는 것은 물과 얼음. 시원한 물과 차가운 얼음을 가까이하며 더위를 잊는 사람들이 있다. 물, 얼음과 지내는 이들은 더위를 느낄 겨를조차 없다. 더위와는 무관한 곳에서 시원한 여름을 즐기는 이들을 찾아봤다.
◆와룡공원 바닥분수
이달 10일 대구 달서구 이곡동 와룡공원 바닥분수대. 태양이 강렬한 열을 내뿜는 오후 3시가 되자 경쾌한 음악과 함께 바닥에서 물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신나는 동요와 영화음악, 클래식 등과 함께 190개의 구멍(노즐)에서 물줄기가 솟아오르자 아이들은 분수를 향해 무섭게 돌진한다.
자기 키보다 높이 솟는 물줄기를 연방 손으로 잡아대는 아이들, 이왕지사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어버리자 아이들은 더욱 용감해진다. 춤을 추듯 올랐다 내려갔다 하는 물줄기와 술래잡기하듯 연방 쫓아다니는가 하면 바닥에 누워도 보고 이리저리 다양한 자세를 취하며 분수와 장난을 친다.
분수는 음악과 함께 물줄기의 높이와 방향이 조절되면서 화려하고 다채로운 모양을 선보인다. 아이들의 모습은 유명 휴양지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시원함 그 자체. 자녀들의 즐거운 모습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표정도 덩달아 흐뭇해진다.
한경민(11·대구 달서구 신당동) 군은 "거의 매일 오는 편이에요. 이제는 분수가 올라오는 시간까지 외고 있어요. 한바탕 물을 뒤집어쓰고 나면 기분 전환도 되고, 공부도 더 잘 돼요. 옷이 젖어 엄마한테 잔소리는 듣지만 내일 또 올 거예요"라고 말했다. 세 살짜리 손자를 데리고 온 김득순(68) 씨는 "분수 쇼가 진행되는 동안 아이 보는 일에서 해방돼요. 아이가 얼마나 신나게 노는지 저도 나이 체면 벗어던지고 뛰어들고 싶어질 정도입니다"고 말했다.
밤이 되면 환상적인 음악 분수 쇼로 변신한다. 화려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에서 색색의 빛을 쏘아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김민희(33·여·달서구 이곡동) 씨는 "매일 나가자며 조르는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오는 곳"이라며 "분수대는 이제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고 말했다.
◆이랜드 바닥분수
또 다른 바닥분수대가 있는 이랜드(구 우방랜드). 11일 오후 2시 30분, 놀이시설 탬버린(폭포광장 밑) 옆 분수대에서 물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수십 명의 아이들이 모여든다. 시간이 좀 지나자 청소년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가세했다. 이들은 놀이시설 이용은 잊은 듯 물놀이에 흠뻑 빠져들었다.
3시가 되자 본격적인 워터쇼가 시작됐다. 하늘에서 물폭탄이 터지는가 하면 소방호스만한 2개의 호스에서 엄청난 물대포를 쏘아댔다. 무대 위에선 화려한 복장을 한 무희들이 춤을 추고, 바닥분수에선 아이들이 물속을 헤집고 다니며 춤을 춘다. 쇼 중간중간 하늘로 쏘아 올린 물폭탄이 터져 사방으로 물이 쏟아진다. 주위는 온통 물로 아수라장이 된다. 옷이 젖을까 주저하던 어른들도 물대포에 의해 옷이 젖자 아이들과 함께 물 쇼를 즐기기 시작했다.
김형진(41·수성구 만촌동) 씨는 "정말 신나고 재미있네요. 온몸이 물에 젖으니 시원하기도 하고요. 아이들이 놀이시설 타는 것을 잊을 만도 합니다. 옷이 젖는 게 무슨 상관입니까. 재미있고 신나면 제일이지요" 라고 했다.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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