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손길 필요한 곳은 어디든…"봉사가 새 삶 살게 했죠"
"죽음의 문턱에서 나를 바로잡아 준 것이 봉사였습니다. 중증장애시설에서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가까이 하면서 그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18년째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자신의 일처럼 달려가 돌봐주는 이가 있어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이달 초 긴급 도움을 요청한 한 장애 가정을 방문한 지체장애인협회 동구지회부회장 황영호(58'동구 신기동'오른쪽) 씨는 신기동에 살고 있는 기초수급가정 한 지체장애인이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욕창이 항문까지 전이된 상황에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받지 못해 도움의 손길을 간절 기다리는 사연을 접했다.
황 씨는 이날 김태억(안심1동 민간사회안전망위원) 씨의 후원으로 이모(54'지체장애1급) 씨에게 욕창매트와 방석을 전달하고 자신의 손길의 필요한 곳이 없는지 집안을 꼼꼼히 살폈다. 현재 산재 연금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황 씨는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불우이웃이나 가정을 지역 각종 단체와 연계해 주는 징검다리 역할도 하고 있다.
황 씨가 이렇듯 저소득 가정 긴급지원에 애착을 가지는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서울의 한 건설회사의 현장에서 일했던 황 씨는 1983년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두 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려오던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해 9월 15m 높이에서 추락사고를 당하고 이틀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척추와 머리를 심하게 다쳐 장애3급의 몸으로 퇴원한 지 얼마 안 돼 아내마저 가출했다.
아내의 가출로 어린 딸들(당시 9세, 3세)과 자신의 인생이 한스러워 자살 유혹도 여러 번 느꼈다. 사고 이후 심한 우울증과 방황의 시간을 보내던 중 지인의 권유로 85년 지체장애인협회 대구 동구지회 회원으로 등록하면서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처음엔 신암1동 분회장을 맡아 동구효목동 소재 질라라비장애인야간학교 차량 봉사를 시작했다. 6년째 매주 수요일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면서 웃음과 자신의 소중함을 되찾고 내가 봉사를 한 것이 아니라 받은 것임을 알게 됐다.
이후 그는 마치 봉사를 위해 태어난 듯 주변에 자신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지역 복지관과 노인시설에서 월 30가정에 대해 도시락 및 밑반찬 배달 차량봉사를 7년째 해오고 있다. 먼 거리의 도시락을 도맡아 전하다보니 한 달 기름값만도 30만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황 씨는 "용돈 조금 덜 쓰면 어려운 이웃 하나 살리는 일인데 이보다 살맛 나는 일이 어디 있겠냐"며 활짝 웃었다.
10년째 함께 봉사활동을 해온 강문도 씨는 "훤칠한 키에 늘 싱거운 소리 잘하는 그에게 이런 아픈 사연이 있는 줄은 아무도 몰랐다"며 "늘 웃는 얼굴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제집 드나들듯 들락거리며 손발이 되어주는 야무진 성격"이라며 황 씨를 칭찬했다.
오랜 선행이 알려져 소방방재청장 표창, 대구시장 표창 등을 받은 황 씨는 "봉사는 내 인생의 활력소다"며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금희 시민기자 ohkh7510@naver.com
멘토:배성훈기자 bae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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