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위안부 문제 사죄를…갈등의 역사 이젠 끝내야
'한일 역사를 극복하고 우호를 추진하는 모임' 대구'경북 지부장 이토 루리코(52) 씨는 올해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지 24년이 된다. 이제는 한국말도 능숙하게 한다. 군대 보낸 아들과 대학생'고등학생 아들딸을 둔 어머니가 됐다.
처음 한국에 발을 디뎠던 1988년.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감정의 골이 이토록 깊은 줄 몰랐다. 가족과 전국 곳곳의 유적지를 갈 때마다 일제시대 흔적들과 마주치곤 했다. 시골에 갈 때면 일제시대를 겪은 어르신들은 그에게 옛 이야기를 전해주곤 했다. 위안부 문제를 알게 된 것도 주변 지인을 통해서였다.
"여성으로서 꽃다운 시절 일본에 갔을 위안부들과 그들을 먼 타국에 보냈던 어머니들을 생각할 때면 마음이 너무 아팠고, 일본인으로서 언젠가는 꼭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고 싶었습니다."
늘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일 관계로 눈물을 흘렸던 때도 많았다. 일제시대를 다룬 한 TV 드라마가 방영됐을 때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엄마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놀림을 받아 싸우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는 "아들이 '엄마, 내가 아는 일본인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이모들은 나쁜 사람이 아닌데 친구들은 왜 일본인을 나쁘다고 하는거야'"라고 물을 때면 "예전에 좋지 않은 관계가 있었지만 일본인 모두가 나쁜 사람은 아니다"고 둘러댔다.
그는 왜곡된 역사로 갈등을 겪고 있는 한일 관계를 아이들 세대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가슴 한켠에 남아있던 위안부 문제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큰 아들의 군대 입대였다. 일본과 한국이 함께 평화동맹을 맺어 통일을 위해 나아갔으면 했다. 평화동맹을 위해서는 왜곡된 역사를 올바르게 알리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5월 그녀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대구경북 일본인 여성들과 함께 '한일 역사를 극복하고 우호를 추진하는 모임' 결성에 참여했다.
지난 6월에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하는 집회에 참석했고, 지난달에는 일본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특별 조사팀을 꾸려줄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 제출에 동참했다.
광복절을 맞아 14일에는 일본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한 운동을 펼쳤던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모여 집회를 가졌다. 위안부 문제를 사죄하고 신뢰와 우호로 다져진 새로운 한일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이토 씨는 "사죄가 일본이 한국 여성에게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저지른 죄를 씻기에는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힌다면 한국과 일본도 부부와 같은 가까운 관계로 거듭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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