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장미 카드와 대구사격장

입력 2012-08-15 08:00:00

한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떨친 여러 종목 중에서도 이번 런던올림픽의 큰 수확 중 하나는 바로 '사격'이다. 비인기 종목으로 유럽'미국'중국 등 강국들을 제치며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의 역대 최고 성적을 이루어냈다. 뚝심 있게 흔들리지 않고 한 발 한 발 쏘는 선수들의 강심장에 놀랐고, 총알 하나로 메달이 바뀌는 나름의 스릴도 있는 사격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회를 마치고 자랑스럽게 금의환향하는 선수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왜 저 선수들 중에 대구 출신 선수가 한 명도 없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바로 대구에는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우수한 대구사격장이라는 훌륭한 시설이 있지 않은가.

2008년 개장한 대구사격장은 국제사격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국제 규모의 사격시설이다. 19만1천300㎡ 부지에 건축면적도 9천617㎡ 로 규모 면에서도 국내 최고라 할 수 있다. 요즘은 전문선수들의 훈련장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레저체험 공간으로도 개방되어 있다. 최근에는 가족단위, 단체, 연인 등 일반인의 방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대구시민들에게는 낯선 공간인 듯하다.

이렇게 훌륭한 환경을 가진 시설을 우리 대구시민들이 좀 더 관심을 갖고 활용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 정도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만 한다면 4년 뒤, 8년 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사격선수가 대구에서도 배출될 수 있지 않을까? 골프에서 박세리 키드가 탄생했듯이 사격에서도 '진종오 키드'나 '김장미 키드'가 나오지 말란 법이 있는가. 그러기에 대구만큼 좋은 환경을 가진 곳도 없는 것 같다.

대구시민들이 취미로, 레저로 대구사격장을 한 번씩만 찾아보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사격을 실제 경험해 보니 골프 못지않게 레저스포츠로의 매력이 충분함을 느꼈다. 아이들을 데리고 집중력, 판단력 훈련을 위해 사격체험을 시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구에서는 할 것, 놀 것이 없다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다른 관광콘텐츠와 연계하거나 다양한 파생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동화사'팔공산으로만 대표되는 대구의 관광 자원을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2011 대구국제육상선수권대회 기간 중 특별 관광상품으로 내'외국인들에게 대구사격장의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장기적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도 활용 가치가 높은 콘텐츠임이 분명하다.

이렇게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이용하고 대구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키면 대구사격장이 활성화되고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게 될 때 훌륭한 선수도 배출될 수 있을 것이다.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대구 출신 선수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지 않은가? 다만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은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만큼 훌륭한 선수도 나올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를 위해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도 분명히 많다. 초기보다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대구사격장의 접근성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나마 셔틀버스가 생겨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지만 셔틀버스를 늘리거나 대안이 될 교통수단이 더 보강돼야 할 것이다. 또 사격체험 프로그램을 좀 더 다양하게 구성하고 사격과 함께 즐길 거리들을 보완해야 한다. 도심이 아닌 외곽에 위치하다 보니 사격 하나만으로 그곳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편의시설도 확충하고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할 것이다.

대규모의 우수한 시설들을 지어놓고 활용하지 못해 적자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구사격장은 분명 높은 활용가치를 지니고 있다. 대구시와 시설관리공단에서도 지원과 마케팅, 운영에 대한 보다 깊은 고민을 해야할 것이다. 훌륭한 시설을 가지고 관광 활성화도 이루고 스포츠 영웅도 탄생시키는 일…. 불가능하지도, 오래 걸리지도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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