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재단 활동불가 선관위 판정에 당혹…박근혜 공천헌금 대국민사과 검토
◆대선정국 새 쟁점으로=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링 밖에서 맴도는 '안철수식 정치 행보'에 제동을 걸면서 대선 정국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3일 중앙선관위가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사재 출연으로 설립될 공익재단인 '안철수재단'에 대해 '현상태 활동불가' 판정을 내리자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공직선거법과 법원의 판례, 위원회 선례 등을 두루 종합해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야권은 범야권의 유력 주자인 안 교수의 활동을 제약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안철수 재단'이 안 교수의 기부 주식을 토대로 설립된데다 명칭에 '안철수'가 포함돼 있어 이 재단 명의로 금품을 제공할 경우 법상 기부행위 금지 규정을 적용받는다는 게 중앙선관위의 판단이다. 따라서 공익을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이 선거일 4년 이전부터 설립 목적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해 온 금품은 금지 대상이 아니지만, '안철수재단'은 현재 공식 출범조차 하지 않아 이 조항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것. 이는 입후보 예정자의 기부행위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114조와 115조에 규정돼 있다.
이날 문제 제기를 하고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받은 사람은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이다. 심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교수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진정한 기부를 하려 했다면 4년 전에 미리 재단을 설립했어야 했다"며 "안 교수는 대통령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이기 때문에 재단을 이용해 기부행위를 하려는 것은 선거법 위배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여야의 다른 대선 주자들은 선관위에 대선 예비 후보로 등록돼 감시를 받고 있지만,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은 안 교수의 경우 법 테두리 밖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잠재적 대선 주자인 안 교수의 정치 행보에 선관위가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부에선 오히려 안 교수를 더 띄워 주는 것이 아니냐는 등의 역풍(逆風)을 경계하는 모습도 있다.
홍일표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안 교수가 아예 대선에 안 나온다고 선언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마음껏 하든가, 그게 아니고 대선에 나올 것이라면 선거법에 저촉되는 일은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당직자는 "최근 잠잠하던 안 교수의 이름이 다시 정치권에 부상하는 등 오히려 이번 중앙선관위의 결정이 안 교수의 존재감은 물론 대선 행보에 지침서 역할을 한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했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대변인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해 줘야지 이런 식으로 하면 선거법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이라면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많은 모임은 제지하지 않으면서 공익재단을 만드는 것조차 금지하는 것은 선관위의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안 교수 측은 당혹스럽지만 심사숙고해 중앙선관위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안 교수 측 관계자는 "정치적 의도 없이 사회공헌을 위해 기부했고, 재단도 순수하게 만들어졌는데, 이번 선관위의 결정으로 안 교수의 기부 취지가 훼손될까 당혹스럽다"고 했다. 이어 "선관위의 결정이 그렇다면 정치적으로 오해받지 않을 방안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하겠다"고 밝혔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본선흥행 돌파구 마련=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 캠프가 이번 '공천헌금' 파문과 경선 기간 줄곧 제기된 '불통'(不通) 이미지 해소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투 트랙 전략'으로 '선(先) 대국민 사과'와 '후(後) 국민대통합' 시나리오로 요약된다. 예상대로 여권 내에서는 박근혜 대세론에 변화 요인이 없기 때문에 본선 흥행을 위한 돌파구로 '진정성 있는 변화'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던 부산의 대표적인 친박계인 현기환 전 의원이 이후 당의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것이 박 후보의 심중과 무관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 이에 따라 박 후보 책임론이 강하게 나오면서 캠프에서는 "박 후보가 국민께 사과하는 것이 어떠냐"는 권유가 나오고 있다.
캠프 정치발전위원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는 "비상대책위 시절 발생한 일로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뿐 아니라 저를 포함한 모든 비상대책위원에게 상당한 도덕적 책임이 있는 만큼 사과 같은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주장했다. 홍일표 당 대변인도 "박 전 비대위원장이 당시 당을 주도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에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본인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밝혀 대국민 사과와 같은 방식의 견해 표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후보는 비대위원장 시절 '인적 쇄신'과 '시스템 공천' '국민 눈높이 공천'을 약속한 만큼 공천헌금 파문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20일 박 후보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 수락연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본선 캠프가 꾸려지면 인적쇄신과 더불어 '국민통합대연합 프로젝트'를 가동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비박 진영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박 후보의 '불통' 이미지를 꼬집었고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도 잘게 쪼개진 상황이어서 힘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는 것. 최근 홍사덕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 '비박근혜계 포용론'의 하나로 읽히는 이재오 의원과 만난 것도 이런 '보수 결집'의 첫걸음이란 분석이다.
박 캠프에서는 박 후보가 '보수 대표'가 되려면 친이계, 비박계는 물론 범보수나 중도 진영까지 안아야 '야권의 흥행몰이 대선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이 의원뿐만 아니라 경선에 불참한 정몽준 의원, 지난 총선 때 '백의종군'한 김무성 전 의원, 경선 동반자인 김문수 지사와 김태호 의원까지 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현재 남유럽을 방문 중인 김 전 의원이 일정을 앞당겨 14일 귀국하는 것도 캠프의 이 같은 생각이 전달됐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박 캠프의 '국민통합대연합 프로젝트'는 1단계로 범보수 세력을 결집하고 2단계로 중도'진보 진영을 모셔오는 것으로 요약되고 있다. 범보수 결집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중도'진보 규합은 경제'사회 분야를 통해 이뤄낸다는 복안이다. 일각에서는 김문수 지사나 김태호 의원에게 본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제안하는 방안도 흘러나오고 있다. 더불어 박 후보가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나 김영삼 전 대통령 등을 직접 만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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