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피해 골목에서 흡연, 특정구역 담배꽁초 쌓여
10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에서 중앙파출소까지 이어지는 금연거리.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가 앞이나 골목, 걸어다니며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지만 이날 취재진이 중구청 단속반을 따라 동행 취재한 결과 2시간 동안 적발된 흡연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이유는 구청이 이달 1일부터 금연거리에서의 흡연에 대한 강도 높은 단속에 나서 흡연자에겐 과태료 2만원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구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단속 건수는 모두 54건이지만 단속 시작 후 며칠이 지나면서 단속 건수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것. 중구보건소 임민석 주무관은 "단속 첫날에는 10건을 단속했는데 요즘엔 하루 한 건도 없는 경우가 많다. 금연거리 지정 사실을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을 제외하고는 흡연자가 거의 없다"며 "간접흡연을 막기 위한 금연구역 지정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이곳 상인들의 반응도 좋다. 금연거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동민(25) 씨는 "예전에는 길거리에 담배꽁초가 수북했는데 담배꽁초가 없어지면서 거리가 깨끗해졌다"며 "무엇보다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이 흡연에 따른 불쾌감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흡연자들이 동성로 금연거리 인근에 모여들면서 금연거리 주변 골목마다 담배연기가 자욱하고 담배꽁초도 수북이 쌓여 있는 것.
동성로 옆 골목에서 주차장을 운영하는 김모(45) 씨는 "단속을 피해 골목으로 숨어들어와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가 많아 금연구역 지정으로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며 "이곳을 이용하거나 지나가는 손님들도 얼굴을 찌푸리거나 입과 코를 막고 지날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열쇠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도 "금연거리가 지정된 후 금연거리와 가까운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더 늘었다"며 "직접 금연 포스터도 만들어 붙여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중구보건소 장경희 계장은 "모든 구역을 동시에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기에는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동성로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부분을 참고해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금연조례를 제정한 곳은 대구시와 중'서'달서구 등 4곳으로 이 중 금연구역을 지정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곳은 중구 동성로뿐이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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