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대구 동신교 아래 신천둔치. 노란 풍선을 든 시민들의 시선이 무대로 집중됐다.
무대 위에는 15살 때 대만으로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했던 이용수(84) 할머니가 시민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할머니는 "일본이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공식적으로 사과할 때까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대 앞에는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과 봉사단체 소속 대학생들,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 등 시민 1천여 명이 할머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무대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무대에 올라 할머니들에게 죄송하다며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신천둔치에 산책을 나온 시민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행사에 참여했다.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이날 '제3회 평화와 인권을 위한 대구시민걷기대회'를 열었다. 이 행사는 대구시에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요구하고 대구에 거주 중인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 신천둔치에 모인 1천여 명의 시민들은 행사에 참여한 2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노란 풍선을 손에 들고 동신교에서 희망교까지 왕복 5㎞ 구간을 함께 걸었다.
위안부 피해자 이선옥(89) 할머니는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휠체어를 타고 참여했다. 이 할머니는 "행사에 모인 여학생들을 보니 젊은 시절 생각이 나서 가슴이 먹먹해졌다"며 "우리가 아무리 일본 정부에 사과를 받으려고 노력해도 일본 정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성수(24'대구 수성구 시지동) 씨는 "이번 행사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이해할 수 있었다"며 "위안부 문제가 빨리 해결되길 바라고 내년에도 이 행사에 꼭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에는 5명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살고 있다. 5명의 할머니들은 모두 팔순을 넘겼고 그중 3명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이인순 사무국장은 "대구시는 시민들이 위안부 할머니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에 힘을 보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항섭기자 suprem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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