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가을의 문턱을 넘어선다는 말복과 입추가 지났지만 여전히 덥다. 예년보다 5℃에서 8도 이상 높은 폭염이 지속되고 있고 열대야도 며칠째 지속되고 있어 잠을 설치곤 한다. 그래도 런던올림픽의 메달 소식에 잠시 열대야를 잊어버릴 수 있어 좋다. 입추가 지나자 한낮의 폭염은 여전하지만 새벽에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느낌을 준다. 밤새도록 울어대던 뒷산의 소쩍새도 조용한 것을 보니 조만간 폭염도 끝나고 선선한 가을이 오는 것 같다.
최근에 한참 진료를 하고 있는데 환자가 피곤한지 조금씩 조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간밤에 올림픽 축구경기 본다고 잠을 설쳤는지 물어보니 "자기가 중요한 경기를 보면 지고, 안 보면 이기는 징크스가 있어 잠도 못 자고 경기도 보다 안 보다 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징크스가 있는 것 같다. 특히 매번 승패의 기로에 서 있는 운동선수들의 경우에는 더한 것 같다. 미국의 유명한 프로야구팀은 항상 경기장으로 가기 전에 장례식장 근처를 지나간다고 하는데 장례 행렬을 보면 승리한다는 징크스 때문이라고 한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수염을 기르거나 특정한 물건 등을 착용하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 병원에도 징크스가 있는데 항상 여름휴가가 끝난 후 직원들 중 한 명이 다치거나 몸이 아파 결근하는 '여름휴가 징크스'가 있었다. 그래서 지난 7월 말에는 휴가 전에 직원들을 불러 이러한 징크스가 있으니 제발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효과가 있었는지 휴가가 끝난 후 몇 년간 지속된 징크스가 깨져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매년 물에 대한 징크스가 있는데 치과에서 진료를 하려면 압축 공기와 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치과 의자에는 물이 나오도록 급수시설이 돼 있다. 그런데 매년 급수시설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아니면 하수시설에 문제가 생겨 물난리가 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물난리가 꼭 휴일이나, 멀리 있거나 가족 모임 중에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큰마음을 먹고 전문가를 불러 점검하였으나 얼마 되지 않아 2년이 조금 지난 순간온수기가 터져, 정말 황당하고 깨기 어려운 징크스라 생각했다. 동료 치과의사에게 이러한 징크스에 대해 이야기하자 자신도 비슷한 징크스가 있었는데 퇴근하면서 수도계량기를 모두 잠가두면 간단히 해결된다고 알려주었다. 깨기 어렵다고 생각한 징크스가 정말 간단한 방법으로 깨지는 순간이었다.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이상하게도 치료가 잘 되지 않아 서로 징크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의외로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되기도 한다. 아마도 모든 징크스는 깨지는 순간이 있는가 보다.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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