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올림픽 사상 첫 메달 획득 쾌거

입력 2012-08-11 08:44:44

박주영 결승골…'숙적' 일본 2-0으로 제압

한국 축구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았다. 이달 5일 휴일 새벽에 이어 주말인 11일 새벽 우리나라 전역이 승리의 함성으로 메아리쳤다. 일본 열도를 침묵의 바다 속으로 빠뜨리는 태극전사들의 통쾌한 승리였다.

한국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꺾고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1일 오전 3시 45분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 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3, 4위전에서 전반 38분 박주영(아스널)의 결승골, 후반 12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쐐기골에 힘입어 2대0으로 완승했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1948년 런던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이후 무려 64년 만에 꿈에 그리던 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한국은 일본(1968년 멕시코 대회 동메달)에 이어 아시아 국가로는 역대 두 번째로 올림픽 축구에서 메달을 차지한 나라가 됐다. 동메달을 차지한 태극전사들은 병역 면제 혜택과 함께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총 15억2천만원의 포상금을 받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대구가 낳은 축구 스타 박주영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다운 면모를 과시하며 밤잠을 잊고 응원한 전 국민들에게 결승골을 선물했다. 박주영은 득점 없이 팽팽히 맞선 전반 38분 수비수 4명을 한꺼번에 따돌리는 드리블을 선보이며 오른발 강 슈팅으로 일본의 골네트를 흔들었다. 박주영은 전반 42분 일본 수비수와 공중 볼을 다투다 팔꿈치에 얼굴을 맞아 피를 흘리기도 했다.

주장 완장을 찬 구자철은 후반 12분 추가골을 터뜨리며 일본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구자철은 역습 상황에서 공을 잡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일본의 수비수 스즈키 다이스케(니가타)를 제치고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열어젖혔다. 구자철의 골 이후 한국 선수들은 벤치 앞으로 달려가 '만세 삼창'을 외치는 독특한 세레모니를 펼쳤다.

한국은 2대0으로 앞선 상황에서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후반 15분 김보경의 슈팅이 골키퍼 손을 스치고 골대를 맞고 나와 아쉬움을 남겼다.

홍 감독은 후반 23분 지동원(선덜랜드) 대신 남태희(레퀴야), 후반 35분 박주영 대신 김현성(서울)을 교체 투입했고, 승리를 확정 지은 후반 44분에는 구자철 대신 이번 대회에서 한 번도 뛰지 못한 수비수 김기희(대구)를 투입해 선수 전원이 병역 혜택을 받도록 지원했다.

홍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힘든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우리 선수들에게 감사하고 축하를 전한다. 성원해주신 축구팬과 믿고 따라와 준 코치진, 선수들을 잘 뒷받침해준 행정 스태프에게도 감사한다"며 "2009년 20세 이하 팀을 맡으면서 한국 축구 황금세대를 만들어보겠다고 했는데 그때 다짐했던 바를 모두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주영은 골을 터뜨린 상황에 대해 "그 순간 나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슛을 하겠다고 작심했다"며 "공이 제대로 맞지 않았지만 운이 좋아 골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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