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의 세 부담이 2천400억 원 줄고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1조 6천500억 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민'중산층에 대한 감세 축소를 더 많이 담고 있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대표적인 항목이 장기주택마련저축(장마저축)에 대한 비과세'소득공제 폐지다. 1994년 도입된 장마저축은 낮은 금리에도 2009년 말 가입자가 12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서민'중산층에겐 인기 금융 상품이다. 비과세'소득공제 혜택 때문으로 2010년 소득공제 혜택의 총 규모는 2천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이러한 세제 혜택이 너무 과도하다며 폐지한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보완 대책으로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을 부활시켰다. 그러나 가입 자격이 총급여 5천만 원 이하의 근로자나 소득액이 3천500만 원 이하인 사업자로 축소된데다 비과세 혜택만 있고 소득공제는 제외됐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축소하고 현금 소득공제를 늘린 것도 논란을 빚고 있다. 가계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고질적인 사업자의 소득 탈루를 부추기는 조치일 뿐만 아니라 현금을 쓸 여유가 상대적으로 낮은 저신용자의 세 부담을 오히려 늘리는 꼴이다. 연금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퇴직 소득의 소득세율(3~7%)을 연금 소득(3%)보다 높인 것도 형평성을 잃은 결정이다. 퇴직금 이외에 마땅한 소득이 없는 퇴직자에게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정부 계획대로 장기주택마련저축 소득공제'비과세를 폐지할 경우 1천206억 원,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로 1천627억 원의 증세 효과가 각각 예상된다. 이는 서민'중산층이 내야 할 세금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이 같은 사실들을 들어 "이번 세제 개편으로 상당수 근로자의 실질소득이 감소한다"며 "서민의 세 부담 증가가 없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정치권은 국회의 세법 개정안 심의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장마저축은 폐지하고 세금 감면 혜택이 훨씬 적은 재형저축 제도를 신설하는 것은 매우 기만적이다. 증세를 하려면 부자나 대기업을 타깃으로 해야지 서민'중산층의 몇 푼 안 되는 소득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 이런 식으로 문제가 있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국회에서 다시 이를 조정하는 에너지 낭비적 관행도 개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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