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강점 찾아 나만의 스펙…취업 면접, 나 혼자만 웃었다

입력 2012-08-11 07:52:31

스펙 경쟁력 고수들의 전략은

타인들과 차별화되는 스펙으로 경찰 공무원 시험에서 면접관의 호감을 산 이현욱(28) 씨. 열심히 배운 씨름이 자신의 인생길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타인들과 차별화되는 스펙으로 경찰 공무원 시험에서 면접관의 호감을 산 이현욱(28) 씨. 열심히 배운 씨름이 자신의 인생길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요즘 스펙(Spec)이란 말을 모르는 취업 준비생은 거의 없다. 이 스펙이 취업 성공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본인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펙을 관리하는데 목을 메는 이들이 적지 않다. '스펙쌓기'라는 단어는 대학 캠퍼스 시절 또는 취업 준비 기간에 골머리를 싸매고 염두에 두고, 실제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가꿔가야 할 지상 과제가 돼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 스펙에도 함정이 있다. 무조건 많이 쌓고, 무작정 이것저것 겉핥기식으로 하는 것은 자신만의 강점이 아닌 약점을 드러내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진정성과 깊이가 없는 스펙은 면접관 또는 인사담당자의 질문 하나에 자신의 얕은 경험과 낮은 지식 등을 들춰내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스펙 쌓기의 명(明)과 암(暗)을 동시에 고려해 볼 때, 스펙은 자신을 차별화시키는 진정성을 동반한 깊이있는 경험이 제대로 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역에서 스펙 쌓기의 고수라고 할 만한 이들을 만나봤다.

◆나만의 스펙으로 취업 준비, 대학생 2인

내년 초 대학 졸업을 앞두고 착실하게 자신만의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대학생 2명이 있다. 계명대 4학년 이병철(24'광고홍보학과) 씨와 이승훈(25'경영정보학과) 씨. 이 두 학생은 학교에서도 모범적이라고 평가해 추천을 한 취업 준비생답게 제대로 된 스펙을 쌓아가고 있었다.

이병철 씨는 자신만의 스펙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두꺼운 파일 형태로 갖고 있었다. 자신의 학력뿐 아니라 어학'컴퓨터'봉사'해외경험 등의 강점을 증명해주는 파일을 지난해부터 차곡차곡 모아서 관리하고 있었으며, 이 중에서도 자신만이 차별화할 수 있는 것들을 뽑아냈다. 그는 금융권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미 학점(4.5점 만점에 4.05)이나 어학 실력은 최상위권 수준에 도달해 있다. 목표를 금융권 취업으로 한 이후에는 경제금융학과를 복수 전공으로 선택하기도 했다.

스스로 가장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미국 이스트 테네시 주립대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면서 받게 된 이 대학의 학장상. 미국에서의 첫 학기에는 4.0점 만점에 4.0을 받기도 했다.

또다른 강점은 봉사활동이다. KFF(한국자유총연맹) 글로벌봉사단 계명대 해피 라이프팀 단장을 맡아 필리핀 안티폴로에서 15일 동안 해외봉사 활동을 펼쳤으며, 2010년에는 활발한 봉사활동으로 연말 달서구 건강가정지원센터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그는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면서도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부분과 좋아하는 분야에 집중을 했다"며 "스펙을 위한 스펙이 아니라 진정 경쟁력있는 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씨는 깊이있는 전문가적 스펙을 쌓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 씨는 다른 대학생 또는 취업 준비생과 차별화되는 자격증을 갖고 있었다. 바로 올해 1월 어렵게 취득한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관리 자격증이다. 이 자격증은 취득하는데 비용(200만원 정도)도 많이 들뿐더러 3번의 시험에 합격해야 때문에 다소 어렵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4개월 정도 공부한 후 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으며, 더불어 올해 6월에는 국가기술자격증인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시험에도 합격했다.

이 씨는 또 전문가 수준의 스펙 완성을 위해 이달 중순 부산으로 가서 SQL(오라클시스템 언어 개발자 자격증) 시험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어학 쪽도 약한 것은 아니다. 필리핀에서 3개월, 캐나다 빅토리아에서 4개월간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 이를 통해 쌓은 영어 실력은 통역 봉사를 통해 사회에 환원하기도 했다. 지난해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통역 봉사로 지역축제에 작은 힘을 보탰다.

그는 금융업계 데이터 베이스 전문가를 꿈꾸며, 마지막 캠퍼스 생활을 소중하게 보내고 있다.

◆한 분야에 파고들어 스펙쌓기

스펙은 여러 가지 경쟁력을 나열하듯 늘어놓는 것보다 한 분야에서 눈길이 갈 만한 업적이나 경력을 보여주는 것이 면접관의 눈길을 더 끌 수도 있다. 이 면접관이 이 남다른 스펙을 보고, 호의적인 질문을 한 번 던지면 그것으로 면접 합격은 따놓은 당상이 되기 십상이다.

대학 시절 씨름이라는 운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둔 이현욱(28) 씨가 이 스펙으로 취업에 도움을 받은 좋은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씨는 군 생활을 하면서 배우게 된 씨름에서 자신의 소질을 알고, 제대 후 대구씨름연합회에서 운영하는 김정필 전 천하장사의 무료 씨름교실에서 매주 3일씩 본격적으로 씨름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 대구 남구씨름왕 대학부 1위, 대구시씨름왕선발대회 대학부 1위, 전국생활체육대축전 개인전 2위의 기염을 토했다.

씨름에서의 이런 수상 경력은 이 씨가 경찰 공무원에 되는데도 큰 도움을 줬다. 지난해 말 경찰 공무원 시험 면접에서 면접관은 씨름 관련 질문을 호의적으로 했으며, 그가 겸손하게 대답하자 오히려 더 큰 호감을 표시했다. 다른 지원자들은 격투기 유단자임에도 그에 관한 질문은 거의 없었던 것에 비하면 씨름을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 더 눈에 띌만한 것이었음이 증명된 셈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7월까지 교육을 마치고 대구지방경찰청 제2기동대에 배치받은 이 씨는 "씨름을 한 것이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나름 열정을 갖고 했던 취미 생활이 여러모로 인생에 도움을 줬다"며 "제게는 토익 성적표보다 씨름 트로피가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이 씨에게는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준 씨름이 다른 무엇보다 인생의 소중한 스펙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 스펙(Spec)=영어 'Specification'의 줄임말로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쓰이는 용어다. 직장을 구할 때나 입시를 치를 때 요구되는 학벌'학점'토익점수 등의 평가 요소를 말한다. 이 단어는 2004년부터 국립국어원 신조어로 등록되었으며, 구직자들 사이에서 학력과 학점, 토익점수 외 영어자격증, 그외 관련 자격증들을 총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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