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도둑들 '첸' 열연 홍콩 스타 임달화

입력 2012-08-09 14:17:46

'씹던껌'과의 중년 로맨스…촬영 내내 달콤 했었죠

최동훈 감독의 영화 '도둑들'이 인기다. 누적관객 1천만 명도 돌파할 기세다. '도둑들'은 한국과 중국의 도둑 10인이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연합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김윤석, 김혜수, 전지현, 이정재, 김해숙, 김수현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중국의 임달화, 이신제, 증국상 등이 힘을 실었다. 전지현이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 이후 최고 캐릭터를 만났다는 호평이 봇물 흐르듯 나오고 있지만, '국민 엄마' 김해숙의 새로운 면을 끄집어냈다는 평도 많다. 그 김해숙의 상대역을 홍콩의 중년 스타 임달화(57)가 맡았다.

'미션'(1999), 'PTU'(2003), '흑사회'(2005) 등을 연출한 홍콩 영화계 거장 두기봉 감독 영화에서 액션을 주로 선보였던 임달화는 김해숙을 첫 한국배우 상대역으로 만났다. 씹던껌(김해숙)과 첸(임달화)의 진솔한 중년 로맨스는 극중 마카오박(김윤석)-뽀빠이(이정재)-팹시(김혜수)의 삼각관계, 첫사랑의 풋풋함이 전해지는 예니콜(전지현)과 잠파노(김수현)의 관계와 함께 한 축을 담당해 눈길을 끈다.

감정 몰입 틈날 때마다 김해숙에 "사랑해요"

임달화는 국적이 다른 두 사람의 로맨스가 재미있다고 판단, 최 감독의 제의를 승낙했다.

"첸이 씹던껌을 안고 보호해주는 동선이 많았는데, 남자로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한발의 총알이라도 더 막아주고 싶은 생각이 아닐까 했어요. 남자라면 사랑하는 여자를 보호해주는 게 당연하잖아요. 이 영화의 중요한 지점이었죠. 다른 영화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밀쳐내거나 한곳에 피신시키고 총을 쏘지만, 첸은 여자를 안고 보호하며 액션을 펼치거든요."

그는 "나비가 오래 살지는 못하지만 예쁜 옷을 입고 아름답게 하늘을 나는 것처럼, 첸과 씹던껌도 함께한 시간은 적었지만 그래서 애틋함이 더 묻어나지 않았나 한다"며 "관객들이 첸과 씹던껌의 로맨스를 좋은 추억으로 남겼으면 한다"고 웃었다.

최 감독이 건넨 로맨스가 평소 자신의 강인하기만 한 모습이 상쇄됐으면 하는 바람에 출연을 결정한 건 아닐까. 임달화는 "어느 정도 그런 욕망도 있었을 것"이라며 "국적이 다른 두 사람의 로맨스를 잘 그리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도전적인 작품 같았다. 끌림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씹던껌을 향한 사랑하는 감정을 갖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김해숙에게 귓속말로 "사랑해요"라고 속삭였다. 언어가 달라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이심전심으로 연기했다. 촬영 자체도 즐거웠고, 농담도 많이 하며 친해졌다. 그는 김해숙과의 호흡을 무척이나 만족해했다.

"영화 '툼 레이더'를 찍을 땐 앤젤리나 졸리와는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었는데 김해숙 씨는 직접 된장찌개를 끓여줬어요. 요리를 잘하던데 맛있게 잘 먹었죠. 어떻게 하면 이 여자와 애틋하고 리얼한 로맨스를 만들까 많이 고민하고 상상했어요."(웃음)

최 감독과는 한 편만 작업했을 뿐이라 여러 편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두기봉 감독과 비교를 할 순 없겠지만 뭔가 다른 것을 느꼈을 것만 같다.

그는 "두기봉 감독은 일단 시나리오 자체가 없는데 최 감독은 시나리오가 치밀하고 현장에서 혹은 촬영 전에 디테일에 대해 많은 상의를 했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하지만 "두 감독 모두 얼굴의 표정으로만이 아닌 마음으로까지 상대의 사랑을 표현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임달화는 극중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 전지현을 특히 칭찬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배우들이 프로페셔널해서 깜짝 놀랄 때가 있었다"며 전지현이 빌딩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언급했다. "홍콩에서는 직접 뛰어내리는 여배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전지현은 전문 액션 배우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섹시 아이콘인데 훌륭하게 잘한 것을 보면 존경스럽게 느껴진다"고 감탄했다.

한강 내려다보이는 곳에 커피숍 열고파

후반부 부산의 맨션에서 와이어 액션을 선보이는 김윤석에 대해서도 "정말 훌륭한 배우"라고 추어올렸다. 또 어설픈 총잡이 앤드류를 연기한 오달수와 김윤석의 중국어 연기가 "너무 훌륭했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극중 '태양의 눈물'을 훔치려 했는데 개인적으로 훔치고 싶은 건 뭐가 있을까.

그는 "세월이 지나며 얼굴에 남겨진 주름처럼 연륜과 그에 비례하는 지혜를 훔치고 싶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년 전에 영화 '타짜'를 봤는데 거기에서 김혜수의 아름다운 등을 봤다.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고 반해 버렸는데 김혜수의 등을 언젠가는 한 번 훔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농담하며 웃었다.

배우 원빈에게도 호감을 보인 그는 "젊은 나이의 배우 가운데 아주 훌륭한 배우 중 한 명인 것 같다"며 "함께 마피아를 다룬 영화를 찍고 싶다. 원빈의 아버지 역할로 나왔으면 한다"고 바랐다.

한국 음식 중에 김치를 좋아한다는 그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인근에서 2층에 살림집이 있는 커피숍을 차리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그 지역은 가게를 내는데 비싸다고 하니 "그래서 열심히 영화를 찍어야 한다. 꿈은 이뤄진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인 그는 웃을 때 너무나 부드럽고 인자한 인상을 풍겼다. 또 여유롭고, 유쾌하기까지 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