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아름다운 꼴찌

입력 2012-08-09 11:04:43

아프리카 중동부 지역 국가인 니제르의 하마두 지보 이사카는 런던올림픽 조정 남자 싱글 스컬에 출전해 2,000m 레이스를 꼴찌로 들어왔다. 모든 선수가 골인한 후에도 몇 십 초 동안이나 외롭게 노를 젓는 그에게 수만의 관중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가 온갖 악조건 속에서 조정을 배운 지 불과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남자 개인 혼영 400m 예선에 출전한 카타르의 아흐메드 아타리는 5분 21초 30이라는 기록으로 조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결승점을 향해 끝까지 역주하는 그에게 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육상 여자 400m 예선전에 나온 소말리아의 잠잠 모하메드 파라는 참가 선수 49명 중 꼴찌를 기록했다. 선두와는 운동장 3분의 1바퀴나 처져서 들어왔지만 그녀는 "소말리아 국기를 들고 올림픽에 출전했다는 것 자체가 성공"이라고 했다.

일본 승마 국가대표 히로시 호케쓰는 마장마술에서 출전 선수 50명 가운데 40위에 그쳤지만 이번 대회의 최고령인 71세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78㎏ 이상급 유도선수 워잔 샤히르카니는 1회전에서 1분 22초 만에 한판으로 무릎을 꿇었고, 육상 100m에 출전한 카타르의 누르 후사인 알 말키는 경기 중 부상으로 기권했지만, 그녀들은 저마다 자기 나라 최초의 여성 올림픽 선수였다.

작가 박완서는 우연히 마라톤대회 구경을 하다가 선두 그룹이 지나간 한참 후에 꼴찌 선수들이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비록 뒤처졌지만 고통과 고독으로 점철된 마라토너의 표정이 마치 자신의 모습을 닮은 것 같아서였다. 이때 느낀 희열과 감동을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란 에세이에 담았다.

궁형(宮刑)을 당하는 고통 속에서도 중국 역사책의 금자탑인 사기(史記)를 저술한 사마천은 인물을 기록할 때 현실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 더러는 하찮은 인물이나 인생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의 성패(成敗)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정신과 의지로 살았는지에 주목한 것이다. 미래는 보다 고매한 사상과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들이 존중받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꿈꿨기 때문이다.

런던올림픽이 내건 슬로건은 '세대에게 영감을'이다. 박완서나 사마천이 되살아나 이번 올림픽 경기를 참관했더라면 이 '아름다운 꼴찌'들에게서도 또 다른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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