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 70% 먹는 물…상수원 기준 적용을

입력 2012-08-09 10:59:28

낙동강 녹조 대책 없나…기준 엄격한 조류경보제, 지역 댐들에만 적용

낙동강 녹조 확산으로 식수 관리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8일 달성군 다사읍 대구상수도사업본부 매곡정수사업소 직원이 취수장에서 유입된 물의 조류 농도 측정을 위해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매곡정수사업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측정된 취수장 물의 클로로필-a 농도는 11.5㎎/㎥로 최저기준치인 70㎎/㎥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낙동강 녹조 확산으로 식수 관리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8일 달성군 다사읍 대구상수도사업본부 매곡정수사업소 직원이 취수장에서 유입된 물의 조류 농도 측정을 위해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매곡정수사업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측정된 취수장 물의 클로로필-a 농도는 11.5㎎/㎥로 최저기준치인 70㎎/㎥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낙동강에 심각한 녹조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세계적인 이상고온 현상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고 이로 인한 변종 녹조류까지 발생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조류 예방 및 경보체계를 정비하고 조류 발생시 이를 정제할 수 있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서둘러 완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낙동강 조류 경보제 적용해야

현재 하천의 수질은 올해부터 시행된 수질예보제의 기준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적용구간은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이고, 클로로필-a 농도와 남조류 세포수를 측정해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4단계로 구분해 수질오염에 대비한다. 낙동강의 수질측정은 8개보 상류 500m 지점을 포함해 40여 곳에서 매주 1회 실시되고 있다. 수질을 관리하는 또 다른 제도로 199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조류경보제가 있다. 조류경보제는 상수원 보호를 위해 팔당호, 대청호 등 호소(호수와 늪)의 조류 번성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됐다. 측정항목은 수질예보제와 같다. 측정결과에 따라 주의보, 경보, 대발생으로 나누어 조류대응 대책이 마련된다. 현재 대구경북에서 조류예보제가 적용되는 곳은 운문호, 영천호, 공산댐 등 호수 및 댐 등 9곳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수질예보제의 기준을 강화하거나 보가 설치된 낙동강에는 수질예보제가 아닌 조류경보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설치된 보로 인해 낙동강은 사실상 호수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조류경보제 적용 대상인 호소에 대해 '댐'보 또는 제방 등을 쌓아 하천 또는 계곡에 흐르는 물을 가두어 놓은 곳'으로 정의하고 있어 해석에 따라 낙동강도 대상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보가 설치된 낙동강은 조류경보제의 목적인 '상수원 보호'에도 해당된다. 현재 대구경북의 낙동강에는 취수장이 모두 7곳이 있다. 그 가운데 강정고령보의 경우 250만 대구시민의 70%가 식수로 사용하는 매곡취수장과 문산취수장이 3㎞ 내 상류에 위치해 있다. 강정고령보는 저수용량도 1.07억t으로 영천댐(0.96억t)보다 많아 사실상 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조류경보제를 하천에도 적용한 사례가 이미 있다. 2006년부터 강동대교~잠실대교 5곳, 잠실대교~행주대교 5곳 등 한강에 조류경보제를 적용하고 있다.

◆고도정수처리시설 절실

녹조현상이 심각한 물을 정수하기 위해서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이 필요하지만 이를 정제하고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해야 할 지역내 정수장에는 아직 제대로 된 고도 정수시설을 갖춘 곳이 많지 않다. 특히 이번에 발생한 낙동강 조류는 녹조류'규조류 등 다른 조류와 달리 세포 안에 독소물질을 생성하는 빈도가 높아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심각성이 더하다.

현재 대구경북에는 7곳의 정수장이 있지만 구미정수장을 비롯해 상주 도남정수장, 예천의 풍양정수장과 지보정수장은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추고 있지 못한 상태다. 고령광역정수장, 매곡정수장, 문산정수장 등 3곳만이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경북북부지역 주민 50여만 명에게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는 구미정수장의 경우 고도정수시설이 갖춰져있지 않아 당장 내년에도 녹조 사태를 겪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에 따라 낙동강 유역내 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배문용 낙동강공동체 위원장은 "직접 강물을 마시지 않아도 녹조에 오염된 물고기를 먹거나 물놀이 등을 할 경우 피부질환을 앓을 수 있다"며 "녹조 현상은 기후변화로 인해 장기간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지속돼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안전한 물을 먹기 위해 서둘러 관련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심학봉(새누리당'구미갑) 국회의원은 "환경부가 7일 전국 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구미정수장에 우선적으로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병돈 한국수자원공사 구미권관리단 단장은 "녹조에 대비해 분말 활성탄을 평소 50t에서 120t으로 늘려 준비를 하고 있어 지오스민이 20ppt 이상 검출돼도 수돗물 공급 중단 사태는 빚어지지 않을 것이다"며 "올 연말까지 고도정수처리시설 설계를 마치고 내년 초 공사에 착수해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정수처리시설을 갖추겠다"고 설명했다.

구미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설치하는 데에는 480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된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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