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책으로 소통하는 교실

입력 2012-08-07 07: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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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의 일상은 아침 활동, 수업 시간, 쉬는 시간, 점심 시간, 그리고 하교 시간까지 꽉 짜인 일정들과 학교 업무로 정신이 없다. 학생 한 명 한 명 그날그날의 생각과 감정이 있을 텐데 그것들을 다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학생들과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주고받으며 소통할 수 없어 답답할 때도 종종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것은 '책'이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내게 책이란 너무나 갖고 싶고 읽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교사가 돼 가장 행복한 것 중 하나가 가까이에 책이 항상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어디에서든 책을 찾아 읽을 수 있는 환경인지라 우리 아이들에게도 책으로 얻는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새 학년이 돼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잊지 않고 '책과 친구가 되자'고 말한다. 또한 많이 알아야 더 잘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에 몇 년 동안 아동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도서관과 서점을 찾아다니며 아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을 골라 읽어 보고 아이들에게 읽어 주기도 했다.

책이라면 무엇이든 읽으면 좋다고 하지만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 작품들은 원작과 다르게 생략되고 변형돼 문학 작품 그대로의 맛을 느끼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나는 학생들이 원작이 주는 진한 맛을 맛보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도서관에 겨울 양식 모으는 다람쥐처럼 수시로 드나들어야 한다.

나의 독서지도 전략은 아이들에게 그냥 책을 읽으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과 흥미를 유도하는 것이다. 자주 하는 것이 '도서관 미션'이다. 도서관 미션은 아이들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만큼 어렵지 않은 것이면서 약간의 시간과 인내를 요구하는 것일수록 좋다.

"오늘의 도서관 미션은 너희들과 같은 12살 친구들이 나오는 책을 찾는 거야."

"오늘은 모둠별로 책 제목 끝말잇기야. 어느 모둠이 가장 길게 이어갈 수 있을까?"

아이들은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분주하게 도서관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서로 빨리, 정확하게, 많이 원하는 책을 찾겠다는 작은 몸짓을 한다. 도서관에서 찾아온 책이 주어진 미션에 맞는지 나름 논리적으로 친구들에게 말한다. 그 다음 성공했다는 메시지를 듣고자 따뜻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의 '미션 성공'이라는 말 한마디에 교실 곳곳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책을 사랑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참으로 사랑스럽다. 아이들의 얼굴이 온통 밝고 해맑다. 이렇게 도서관을 놀이터 삼아 책과 함께 놀고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책 사랑반'(책을 많이 읽는 반)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이들은 나를 '국어 사랑'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는 그 말이 참 듣기 좋다. 앞으로도 계속 듣고 싶은 말이다.

이렇게 1년을 책이라는 끈으로 우리 아이들과 소통의 장이 되는 교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책을 매개로 궁금증을 해결해 나가고 함께 읽으며 느끼는 즐거움과 감동을 하나하나 나누며 살아가고 싶은 것이 내가 꿈꾸는 교실이다. 우리 반에서 풍겨 나오는 문학의 향기가 우리 동원초등학교 교정 밖으로까지 은은하게 퍼져 나가기를 바란다.

이수진 동원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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