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주택가 내다버린 '양심'…아침부터 음식쓰레기 악취

입력 2012-08-06 10:22:43

재활용품 분리수거도 안돼…벌레까지 나돌아 위생 엉망

대구 달서구 상인동 한 공원 입구에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가 지저분하게 쌓여 있다. 김항섭기자
대구 달서구 상인동 한 공원 입구에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가 지저분하게 쌓여 있다. 김항섭기자

3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 한 원룸 앞. 흰색 비닐봉투에 담긴 음식물 쓰레기가 길거리에 쌓여 있고, 바로 옆 전봇대 아래엔 봉투에 담지도 않은 음식물 쓰레기가 흩어져 있다. 심한 악취를 풍겨 가까이 가기도 힘들 정도. 벌레 떼가 모여들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음식물 쓰레기 배출은 오후 8시부터 가능하지만 길거리에는 대낮부터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났다.

주민 이모(54'대구 남구 대명동) 씨는 "시간도 안 지키고 아침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며 "더운 날씨에 쓰레기가 썩다보니 온 동네가 악취로 들끓는다"고 했다.

달서구 상인동 원룸 밀집 지역에는 재활용 쓰레기들이 뒤엉켜 버려져 있다. 분리수거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상인동 해바라기 공원 입구도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모(72'달서구 상인동) 씨는 "더워서 공원에 나왔는데 쓰레기를 보니 오히려 더 덥다"고 했다.

본리동 한 원룸촌 주변도 상황은 마찬가지. 검은색 비닐봉투 안에 온갖 쓰레기가 뒤섞여 나뒹굴고 있었다. 쓰레기 불법 투기 경고문이 붙어 있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채모(29'여'달서구 본리동) 씨는 "아침마다 출근길에 쓰레기를 쳐다보면 불쾌하다"고 말했다.

서구 평리동 주택가 주변의 전봇대와 인근 중학교 담장 아래에도 쓰레기들이 넘쳐났다. 구석진 곳에 위치한 의류수거함 뒤편과 골목길 입구에 종량제 규격봉투에 담지 않은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유리병들도 함께 섞여 있었다. 음료수병에 남아있는 음료들이 썩어서 악취와 함께 벌레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박모(66'여'서구 평리3동) 씨는 "학교 근처에 이렇게 쓰레기가 쌓여 있는데 학생들이 뭘 보고 배우겠느냐"라고 혀를 찼다.

대구시내 곳곳에 음식물쓰레기 등 생활폐기물의 무단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일부 원룸이 밀집된 지역에서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버려져 주민들이 악취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구청에 따르면 일반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 사이에 버려야 하며, 어기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재활용품은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 이전까지 집 앞에 품목별로 버려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는 음식물이 개별용기에 가득 차면 용량에 맞는 납부필증을 용기 손잡이에 붙인 뒤 지정 요일 오후 8시부터 자정 사이에 배출해야 한다.

하지만 원룸이 밀집된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 중 상당수가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쓰레기 불법 투기가 많은 지역에 CCTV로 감시를 하고 있으며, 민원이 제기되면 곧바로 단속반을 보낸다"며 "모든 원룸촌을 단속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의식 개선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구청 관계자는 "음식물 쓰레기의 악취를 제거해주는 EM발효액을 주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불법 투기가 빈번한 곳을 상시 단속하고 있지만 역시 한계가 있다"고 했다.

김항섭기자 suprem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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