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이 밤잠을 앗아갔다. 어차피 열대야로 잠을 못 이룰 바에는 TV 앞에서 밤을 새우며 선수들의 환호와 좌절을 지켜보는 게 훨씬 나은 것 같다.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패한 선수의 찡그린 얼굴을 보는 것은 기분이 좋지 않다. 패자들은 그 고통과 좌절감을 이겨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방황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에 덩달아 가슴이 답답해진다. 승리에만 집착하는 한국적 문화가 패한 선수들을 앞으로 얼마만큼 괴롭힐 것인가.
가장 안타까운 것은 남자유도 73㎏급의 왕기춘 선수(포항시청)가 메달을 따지 못하고 쓸쓸하게 경기장을 떠나는 장면이었다. 세계 랭킹 1위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가 탈락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가 팔꿈치 부상을 당하고도 준결승까지 진출했다는 것만 해도 박수를 받아야 하겠지만, 이곳 포항에서는 분위기가 좀 다른 것 같다. 왕 선수가 지난해 1월 포항시청에 입단했을 때부터 시의회를 중심으로 논란이 적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 선수로는 전무후무할 정도로 거액의 계약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올림픽 금메달이 유력시되는 선수에게 3억 원의 계약금은 그리 많은 것은 아니지만,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기에는 큰 액수였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박승호 포항시장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 스타를 포항이라는 크지 않은 도시에 스카우트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박 시장이 유도 선수 출신이 아니었다면, 특유의 추진력과 고집이 없었다면 성사되지도 않을 일이었다.
포항시청만큼 왕 선수의 노메달을 아쉬워하는 곳도 없을 것이다. 박 시장이 태릉선수촌에 들러 왕 선수를 격려했으며, 지난주부터 열리고 있는 포항불빛축제에서는 왕 선수의 인터뷰 영상을 방영했고 포항시청 관계자들이 응원차 런던을 찾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이제 경기는 끝났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경기 결과에 대한 불만과 '돈값을 못 했다'는 쑥덕거림도 함께 끝내야 할 시점이다.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줘도 부족한 판에 이런저런 소리를 내는 것은 옳지 않다. 올림픽 금메달은 천운이 따라줘야 가능한 것이기에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많은 성원을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왕 선수는 만 24세로 한창나이다. 4년 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포항시청 소속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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