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의 시간/아베 나오미 지음 아베 사토루 사진/이은정 옮김/인디고 펴냄
신 김치와 노란 계란말이, 콩조림, 오징어무침. 학창시절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도시락 속이 늘 궁금했다. 반찬을 열면 무슨 반찬이 담겨 있을지 궁금해하며 뚜껑을 열던 그 설렘은 독특한 빛깔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 책은 '도시락으로 만나는 가슴 따뜻한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도시락을 통해 그들의 일상을 듣는다. 우사를 돌며 우유를 모으는 일을 하는 집유원 아저씨가 직접 만든 주먹밥은 투박하지만 든든하다. 아이누 춤을 배우는 소녀는 무대 뒤 대기실에서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먹는다. 초등학교 때 쓰던 도시락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사찰 승려, 25년째 일하는 유람선 뱃사공, 유치원생의 도시락까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도시락이 등장한다. 이 도시락들은 밥과 반찬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아이들이 어릴 적 부인이 집을 나가 출퇴근에 아이들 도시락까지 싸주어야 했던 아버지의 이야기, 학창시절 돼지고기 베이컨을 친구의 도시락에서 처음 보고 엄마에게 베이컨을 싸달라고 졸랐던 이야기 등 살아가는 이야기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비슷하다. 겨울이면 도시락을 난로 위에 올려놓고 데워 먹었던 할머니, 도시락 뚜껑에 뜨거운 차를 마셨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가슴이 따뜻해진다.
한 회사원은 '도시락은 둘이서 먹는 것'이라고 말한다. 싸주는 사람과 그걸 먹는 사람 둘이서 말이다. 도시락 냄새가 어디서 풍겨오는 듯하다. 때로는 맛보다 소리와 냄새로 기억이 저장되기도 한다. 이웃나라 사람들의 도시락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다. 친구의 도시락 반찬을 궁금해하던 것처럼 말이다. 277쪽, 1만3천800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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