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 축구 티켓 매진, 들썩이는 영국

입력 2012-08-04 08:33:56

올림픽에 무관심했던 영국 국민이 5일 새벽 한국과 영국의 올림픽 축구 8강전을 앞두고 들썩이고 있다.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한'영 간 대결의 표 7만여 장은 티켓 구매창을 연 지 하루가 지나지 않아서 매진됐다. 런던에서 카디프로 가는 기차표 역시 예약이 끝나 취재진조차 카디프행 길이 막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런던에서 카디프까지는 기차로 2시간여가 걸린다.

카디프는 이미 축제분위기다. 물가도 들썩여 제대로 된 올림픽 특수를 누리고 있다. 평소 10만원 정도 하던 시내 호텔들의 방값은 30만~40만원까지 올랐다. 그나마도 방 구하기가 쉽지 않다.

영국 축구팬들이 프리미어리그 휴식으로 근질근질해진 목청을 올림픽에 쏟아부을 기세다. 영국 축구팬들은 큰 대회가 있을 때 열성적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점잔을 빼다가도 축구경기장에서는 180도로 변하는 게 바로 영국 축구팬들이다. 그래서 카디프 현지 교민은 물론 대규모 응원전을 준비하는 런던 교민들도 적잖은 고민에 휩싸였다. 만일 한국이 'Team GB'라는 이름을 달고 연합팀을 이룬 영국팀을 이겼을 때 불상사가 빚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한 교민은 "너무나 열정적인 영국민의 축구 열기를 봐왔기 때문에,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을 때 어떤 우발적 행동이 빚어질지 예측을 할 수 없다"며 "그렇다고 한국이 져라고 응원할 수도 없으니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붉은 악마의 기세도 대단하다. 경기장 안팎에서 영국 축구팬보다 더한 대한민국 축구팬들의 저력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어렵게 8강행 티켓을 구했다는 여행객 김정국(45'서울 송파구) 씨는 "훌리건에 기죽을 붉은 악마가 아니다"며 "홍명보호가 영국의 자존심을 꺾고 승승장구해 축구 종가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드높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카디프행에 동참하지 못하는 런던 교민들은 한인들이 몰려 사는 뉴몰든에서 대규모 응원전을 준비하고 있다. 현지 한인회 측은 영국 거주 한인에다 관광객들까지 모이면 2천~3천 명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축구의 성지 영국, 그것도 런던에서 붉은 악마의 힘찬 승리 찬가가 터져 나올 킥오프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한편 카디프 당국은 갑자기 몰려들 경기장 혼잡에 대비해 차량의 도심 진입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도심 외곽에 대형 주차장을 설치하고 그곳에서 경기장까지 왕복하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겠다고 밝힌 카디프 당국은 혹시 있을지 모를 폭력사태에 대비해 기마경찰 병력을 투입하기로 했다.

영국 런던에서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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