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한창인 영국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신기한 풍경이 눈에 띈다. 광장이나 공원에 있는 동상들이 하나같이 독특한 모자를 쓰고 있는 것. 근엄한 표정의 동상에 씌워진 형형색색의 모자는 언뜻 봐도 어울리지 않는다. 마치 세종대왕 동상에 무지개색 고깔모자를 씌워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이 우스꽝스런 모습에 런던 시민들도 흥미로운 듯 가는 길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본다. 관광객들은 동상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다.
누가 몸쓸 장난이라도 친 걸까.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에 물어봤더니, 올림픽을 기념한 이벤트란다. 조직위 관계자는 "올림픽기간 동안 가장 영국다운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각종 동상에 모자를 씌웠다"고 했다.
영국에서 모자는 오래전부터 필수품이 돼 왔다. 하루에도 수차례 맑았다 비가 오기를 반복하는 날씨다 보니 모자는 따가운 햇볕을 가려주는 그늘막으로서, 또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를 피하는 우산으로서 오랜 시간 동안 영국 시민의 머리를 지켜줘 왔다.
그렇다 보니 영국 시민들은 모자에 특별한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유명 인물의 동상에 씌워진 모자를 보고도 런던 시민들은 근엄함을 잃게 했다며 화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의 모자가 더 예쁜지를 두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모자의 모양도 다양하다. 중절모 형태의 모자에서부터 영국 군인들이 쓰고 있는 모자, 그리고 왕관모양의 모자 등 모양과 색깔이 똑같은 게 없다.
조직위에 따르면 모자 이벤트는 런던 시내 20여 곳에서 진행 중이다. 한 번 씌워진 모자는 싫든 좋든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쓰고 있어야 한다. 올림픽 관광을 온 중국인 쩡 꿔이렁 씨는 "영국인들의 기발한 재치가 낯선 외국인들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준다. 하지만 중국에서 동상에 이런 장난을 쳤다가는 아마도 공안에 끌려가게 될 것이다"며 영국인들의 자유분방함을 부러워했다.
런던은 기념일 때만 되면 다양한 이벤트를 한다. 부활절 때는 다양한 크기의 계란 모양 조형물을 시내 곳곳에 세워 기념한다. 또 런던올림픽이 열리기 직전까지는 시내 곳곳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에 각종 장식을 해 올림픽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런던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는 "가장 영국다운 모습을 알리고자 동상에 모자를 씌우는 이벤트를 처음으로 마련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서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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