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다르고 피부색 다르지만…하나된 승리의 함성

입력 2012-08-01 10:10:42

타국서 즐기는 올림픽…대구대 글로벌라운지 후끈

30일 오후 대구대 캠퍼스 글로벌라운지에 모인 콩고 유학생들과 몽골에서 연수 온 공무원들이 몽골 선수가 출전하는 런던올림픽 유도 경기 중계방송을 보며 응원을 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30일 오후 대구대 캠퍼스 글로벌라운지에 모인 콩고 유학생들과 몽골에서 연수 온 공무원들이 몽골 선수가 출전하는 런던올림픽 유도 경기 중계방송을 보며 응원을 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지난달 30일 오후 경산시 진량읍 대구대 글로벌라운지. 곱슬머리에 까만 피부의 외국인과 친숙한 얼굴형의 이방인들이 쏟아내는 낯선 언어들로 왁자지껄했다. 이들은 몽골, 콩고민주공화국, 르완다, 중국 등지에서 유학이나 연수 차 입국한 외국인들이다. 평소 수업을 마치면 개인 일로 바쁘지만 이날 만은 대형TV 앞에 20여 명이 둘러앉아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자국 선수들을 응원했다.

TV에는 유도 국가대표 김잔디 선수와 몽골의 수미야 도즈렌 선수가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연수 온 몽골 공무원 10여 명은 손을 모으고 정신을 집중했다. 자국 선수가 김잔디 선수 위에 올라타 누르거나 소매를 붙잡고 흔들 때에는 환호성을 질렀다. 김잔디 선수의 적극적인 공격으로 수세에 몰린 수미야 도즈렌 선수가 지도를 하나 받자 여기저기서 "아…"하는 탄식이 쏟아졌다.

고전하는 몽골 선수에게 힘을 주려는 듯 주먹을 쥐고 기합소리를 내기도 했다. 연장전에 돌입하자 콩고나 중국의 유학생들은 몽골 응원단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김잔디 선수가 지도를 받을 때엔 경기에서 이긴 것처럼 소리를 지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몽골 공무원 자담바(29) 씨는 "런던올림픽에 몽골 선수들이 복싱, 유도, 레슬링, 사격 종목 등에 출전하지만 한국 선수 위주로 TV중계가 편성돼 경기를 못 볼 줄 알았다"고 말했다.

연장전 후반부 몽골 선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경기가 끝나자 다시 한 번 "아…"하며 심판의 판정을 숨죽인 듯 기다렸다. 3명의 심판이 김잔디 선수를 향해 흰 깃발을 치켜올리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세르겔렌(27) 씨는 "몽골에서도 친구들과 모여 맥주를 마시면서 응원을 했다"면서 "타국에서 지인들과 응원을 하니 느낌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학생들도 올림픽 분위기를 만끽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온 교환학생 무캄바 존(29) 씨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도 한국에 있었는데 기숙사에서 각국 학생들이 모두 모여 경기를 보면서 응원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콩고민주공화국은 올림픽 축구에 참가하지 않아서 다른 아프리카 나라 경기를 보면서 응원하며 아쉬움을 달랜다"고 말했다. 쟌비에(26'르완다) 씨도 "밤새 한국과 스위스의 축구경기를 봤는데 한국팀이 잘했다"면서 "아프리카 국가와 한국이 경기를 한다면 어느 쪽을 응원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4년 전 올림픽을 치른 중국인 유학생들은 런던올림픽에서 중국이 1위를 달리는 것을 자랑하기도 했다. 한국어를 전공하는 종치안화(21'여) 씨는 "베이징올림픽 때는 경기장에서 경기를 봤지만 이번에는 한국에서 즐기려니까 아쉽다"며 "4년 전처럼 이번 올림픽에서도 중국이 금메달을 가장 많이 딸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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