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모든 것을 털어놓아도 좋을 한 사람쯤 있어야 한다. 그 한 사람을 정하고 살아야 한다. 그 사람은 살면서 만나지기도 한다. 믿을 수 없지만 그렇게 된다. 삶은 일방통행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세상을 떠날 때만 일방통행이어야 한다. 살아온 분량이 어느 정도 차오르면 그걸 탈탈 털어서 누군가에게 보여야 한다. 듣건 듣지 못하건 무슨 말인지 알아듣건 알아듣지 못하건 그것도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다 털어놓을 한 사람'. (이병률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중에서)
'2012 가족사랑 디베이트 어울마당'이 끝났다. 벌써 일주일이 지나갔는데 여전히 어울마당의 흔적은 곳곳에서 감동으로 남아 숨을 쉬고 있다. 600여 명의 토론 참가자와 100여 명의 학생 취재기자, 80여 명의 행사 진행요원, 수백 명의 관람자. 모두의 마음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배려로 가득했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어울마당은 오후 6시까지 웃음과 울음, 기쁨과 슬픔, 나눔과 배려 속에서 아름다운 풍경들을 남겼다.
어울마당 다음 날부터 인터넷 카페 '디베이트 라이프'(http://cafe.naver.com/debatelife)에는 어울마당의 감동들이 하나둘 새겨졌다. '디베이트 이럴 줄은 몰랐다. 가족사랑 이어주는 수호천사' '토론은 경쟁이 아닌 협력이고 토론은 싸움이 아닌 평화입니다' '작은 세상에 갇혀 있는 우리는 더 큰 세상을 만났고 좋은 선생님과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진심을 다한 시간이었고 참 소중한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어제 아빠와 함께한 디베이트, 너무 즐거웠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아요'. 멀리서 오신 다른 교육청 관계자는 '이건 행사가 아니고 거대한 드라마입니다. 우린 감히 이런 꿈을 꿀 수도 없어요'라고 푸념했다.
어울마당이 끝난 텅 빈 행사장. 항상 이런 일이 끝나면 아쉬움 반, 후련함 반이었는데 내 속에서도 여전히 감동만이 꿈틀거렸다. 그건 우리 모두를 위한 어울마당이어서 그랬을 게다. 눈물까지 보이며 고맙다는 말씀을 주신 어머니, 고생했다며 손을 꼭 잡아주신 아버지, 정말 좋았다며 연신 인사를 하던 예쁜 눈망울의 아이들. 아직도 행사장을 정리하고 있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내가 참 사람 복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끝까지 내 마음을 믿고 함께 해주신 고마운 분들 정말 고마워요. 선생님들.
대구 독서교육 정책을 맡은 지 10개월. 그동안의 일들이 풍경이 돼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내 좁은 시각으로 볼 수 없는 것들, 짧은 지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많았다. 교사와 장학사라는 단어가 지닌 거리만큼이나 내 속에서도 매일 당위와 실제가 싸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경쟁은 이미 전제이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경쟁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내 역량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만은 명백한 사실이다. 독서정책마저 경쟁의 영역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는 그것.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수 많은 정책들이 필요하지만 그 부분은 이미 내가 아니더라도 많은 교육정책 담당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영역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경쟁에 지친 수많은 아이들을 위로하고 보듬어주는 부분이다. 경쟁과 배려는 상대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보적인 관계에 있다.
삶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독서교육은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으니까. 나는 내 정책을 통해 사람을, 그리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럴 수도 없다. 다만 내 정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사람살이'세상살이는 그런 풍경이 있어야 그래도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까.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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