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통합진보당 의원총회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이 부결됐다. 두 의원을 제명하려면 재적 의원 13명의 과반인 7표의 찬성표가 필요했으나 구 당권파 의원 6명이 불참한 상태에서 신당권파 의원 6명이 찬성표를 던지고도 중립 성향의 김제남 의원이 찬반 표시를 하지 않아 이러한 결과가 빚어졌다. 통합진보당이 두 의원의 제명으로 상징되는 혁신에 실패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4'11 총선 직후 비례대표 부정 경선 의혹이 제기되자 두 차례 진상 조사를 벌여 의혹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부정 경선 파문의 당사자인 두 의원은 마땅히 책임을 지고 사퇴했어야 하나 버티기로 일관했고 이들이 속한 구 당권파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강기갑 대표와 심상정 원내대표 등 신당권파가 혁신에 나섰으나 제명안이 부결됨으로써 실패한 것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석기 의원은 의총 결과에 대해 진보가 승리했다고까지 말했다고 하니 도대체 진보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구 당권파만의 괴리된 인식에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심 원내대표 등 신당권파의 무능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구 당권파의 반발로 두 차례나 연기된 의원총회를 앞두고 의원 성향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
통합진보당의 위기는 진보 정당의 성장을 더 어렵게 한다. 4'11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은 200만 표의 지지표를 얻어 우리 정당 정치에 진보의 가치를 싹 틔울 것으로 기대됐으나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부정 경선에다 종북 논란까지 빚으며 낡은 운동권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통합진보당은 물론 진보 진영 전체가 뼈저린 반성을 통해 새로운 진보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