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의 총장직선제 폐지 경북대 향후 전개는?

입력 2012-07-27 10:37:34

예산 축소·강제 구조조정 위기감…명분보다 실리 선택

경북대가 1990년 이후 22년 간 유지하던 총장직선제를 26일 전격 폐지했다. 경북대 본관
경북대가 1990년 이후 22년 간 유지하던 총장직선제를 26일 전격 폐지했다. 경북대 본관

경북대가 26일 총장직선제 폐지를 골자로 한 학칙개정안을 공포했다. 1990년 김익동 총장(12대)이 처음 직선으로 선출된 이후 22년 만의 총장직선제 폐지다. 하지만 경북대 교수회는 이날 오후 총장직선제 폐지 결정의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22년 만의 총장직선제 폐지=경북대가 26일 공포한 개정 학칙은 '총장후보자는 총장임용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에서 선정하되 총장후보자 선정에 관한 세부사항은 별도 규정으로 정한다'고 규정했다. 이전 학칙에는 총장의 역할만 규정했을 뿐 선출 방식에 대한 조항이 없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경북대 총장은 40~50명의 학내'외 인사들로 구성된 총추위가 서류심사, 면접, 선호도 조사 등을 통해 최종 2명의 후보를 순위를 매겨 결정한다. 총장은 이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임용 추천한다. 총추위 위원의 4분의 3은 교수 등 경북대 학내 인사들 중에서 무작위(추첨)로 구성한다.

총장직선제 폐지는 올 초 교과부가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각 국립대에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총장 선거에 따른 대학 내 금권선거 조장, 파벌형성 등의 폐단을 없애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경북대는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에 대한 공론화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MOU 체결을 하지 않았다. 당시 전국 37개 국립대 중 32개 대학이 MOU를 체결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경북대는 지난 4월 중순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처음으로 탈락해 수십억원의 국비를 받지 못했다. 교과부는 한발 더 나아가 9월 예정인 국립대 구조개혁 대상에 선정하겠다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이에 경북대 본부는 6월 초 총장직선제 개선을 위한 학칙개정안을 공고하는 등 학내 의견수렴에 착수했다. 대학 본부 측은 "교육역량강화 예산을 받지 못해 학생 장학금과 취업관련 프로그램의 축소'폐지가 불가피하다"며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직선제를 지키려다 강제적인 구조조정에 직면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제시했다.

교수회는 지난달 교수총투표를 실시, 57.7% 찬성으로 '총장직선제 존치'개선' 입장을 재확인하며 대학본부 측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이후 본부 측은 교수회와 학칙개정안의 반려, 재송부를 반복하다 26일 총장직선제 폐지로 결론을 내렸다.

본부 한 관계자는 "전국 37개 국립대 중 34개 대학이 직선제를 폐지했다. 이 마당에 총장직선제를 고집하다가는 대학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총장직선제 폐지 배경을 말했다.

◆교수회는 "총장 불신임도 불사" =총장직선제 폐지 소식이 알려지자 경북대 교수회는 26일 오후 "교수들의 총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개정학칙을 공포한 것은 학칙위반"이라면서 함인석 총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학내 주요 사항의 결정은 최종적으로 '교수회를 거쳐야 한다'고 학칙에 규정돼 있는데 본부 측이 교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칙 개정을 강행했다는 것. 경북대교수회 손창현 의장은 "지난 20여 년 간 교수회는 실질적인 의결기구 역할을 해왔다. 본부 측의 일방적인 학칙개정을 무효화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회 측은 각 단과대 의장단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조만간 교수평의회 임시회의를 열어 대응 수위를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손 의장은 "함 총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까지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회는 새로운 총장 선임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5월 직선제를 포기하고 총추위 방식으로 새 총장을 선출한 강원대 사례를 들며 "직선제보다 더 많은 폐해가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추첨으로 뽑은 40~50명의 총추위 위원들에 대한 총장 후보들의 로비가 여전할 뿐 아니라 선거가 아닌 방식을 택하다보니 선거관리위원회 감시 기능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노출했다는 것이다. 최종 2명의 후보로 압축하는 수단인 선호도 조사도 배점(10%)이 작아 총의를 묻기에는 태부족하다는 것.

교수회 측은 "총장직선제 폐지결정은 경북대의 자존심을 돈과 맞바꾼 것"이라며 "교과부가 총장직선제 폐지를 강행하기 위해 대학을 내분 양상으로 몰고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직선제 고수를 위해 부산대, 전남대와 공동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북대 본부 측은 "앞으로 학칙 하위법령인 세칙, 규정을 정하는 과정에서 교수들의 총의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교수회와의 대화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