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갤럽의 代父 "지금 朴 vs 安 비교하는 건 수준 낮은 여론조사\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책 출간과 TV 예능프로그램 출연한 이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등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들 간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등 대선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 경선 구도에 대한 관심도는 현저하게 떨어졌다.
향후 대선 구도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올 대선 결과가 궁금해졌다. '여론조사의 대부(代父)' 격인 박무익(69)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회장을 만나 대선 전망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 회장은 대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키워드'를 갖고 있을 것 같았다.
한국갤럽은 이미 1987년 대선 당시 노태우 대통령 후보가 34.4%의 득표율로 당선될 것을 예측, 여론조사에 대한 일반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또 1997년 대선 때는 김대중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1%포인트 차이로 당선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으면서 성가를 높이기도 했다.
연말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 것인지를 박 회장에게 물어본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그는 "여론조사는 그때 그 시점의 온도계를 재는 것이지 대선 (투표의) 온도계를 재는 것이 아니다. 그때 가봐야 안다"며 "지금 시점에서 누가 당선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어떻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얘기하는 여론조사 전문가가 있다면 그는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 대선 전망에 대해서는 "어떤 이슈, 어떤 이벤트를 누가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대선 구도가) 달라질 것"이라면서 "선거 막바지까지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시점에서 누가 유력하다는 등의 전망을 내놓는다면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제기될 다양한 이슈 변화를 다 잡아내야 하는데 어떤 변수가 돌출하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데다 트렌드(변화 추이)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안 교수가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25일자 한 신문을 집어들더니 "수준 낮은 여론조사는 여론을 현혹시키는 일"이라면서 "우리(갤럽) 조사에서는 한 번도 (안 교수가) 앞선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사 등이 내놓은 대선 주자 지지율 여론조사가 무작위 ARS 조사방식으로 응답률이 5%도 되지 않기 때문에 신뢰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갤럽이 매주 한 차례 내놓고 있는 '데일리 조사'는 면접원이 직접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여론 추이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 때 여론조사 추이가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총선 일주일 전 여러 사람들이 제게 총선전망을 물어왔다. 그때 저는 새누리당이 1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갤럽의 데일리정치지표에서 이미 그 흐름을 예상할 수 있었다. 2월 내내 오차범위 내 비슷한 지지도를 보이던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3월 초 새누리당 29%, 민주통합당 28%를 기록한 이후, 매주 격차가 벌어져 선거 일주일 전에는 새누리당 33%, 민주통합당 25%로 바뀌었다. 역대 대선에서는 거의 예측이 맞았다."
-이번 대선은 과거와 다른 점이 있는가.
"지난해 10월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 경기 분당을에서 손학규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다 예상했다. 그런데 실제 선거풍토는 많이 변화했다. 예를 들어 '무상급식'이라는 선거캠페인에 호응하는 서민들이 많아졌다. 다시 말하면 이는 못사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두 번째로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내가 못사는 것이 개인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 때문이라는 생각이 팽배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후 우연히 택시기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박 시장이 당선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박 시장을 찍었다. 박 시장이 당선되니 마음에 봄이 찾아와 얼음이 녹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하더라 . 서민들이 선거판에서 '디자인 서울'이라는 테마보다는 자신들의 불만과 애환을 아는 후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여야 정치권이 너무 복지 위주로, 퍼주기 위주의 경쟁을 하고 있어서 걱정이다. 예를 들어 부자들 돈을 뺏어서 (복지)하자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결국은 중산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데 그것도 잘 되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 교수의 출마가 가시화됐다. 정당 기반 없는 안 교수가 출마해서 당선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시민 후보로 나선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지 않았나. 그래서 정당 기반 없이는 안 될 것이라고 일률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결국 (안 교수가) 야당 후보와 단일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그렇게 보인다. 민주당 스스로도 그렇게 얘기하고 있지 않은가."
-'안철수 현상'이 거품은 아닌 것 같다.
"대선 후보를 결정할 때 정당 모두 당원과 여론을 50대 50으로 반영하지 않는가. 그러니까 가능하다."(안철수 교수에 대한 지지율이 곧 사라질 '거품현상'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대선 구도를 변화시킬 다른 변수가 있을까.
"이미 변수는 다 나오지 않았나. 그러나 또 어떤 사건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잘 모르겠다. 후보들의 지지도와 정당 지지도의 트렌드를 추적하면 왜 그렇게 바뀌는 것인지 알 수가 있을 것이다. 당장 한국갤럽의 데일리정치지표를 봐도 알 수 있다."
-안철수 교수의 대선 출마 가시화가 새누리당으로서는 박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인가.
"꼭 그렇게 볼 이유는 없다. 박 후보가 앞으로 어떤 이벤트를 펼칠지 모르는 것 아닌가. 박 후보도 대선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고 시험대에 올라서 독자적인 캠페인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박 후보는 새누리당이라는 집권여당의 유력후보이지 않은가. 두고 보자.
특히 말을 신중하게 하고 약속과 원칙을 지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정치 지도자로 박 후보만 한 대선주자가 없지 않은가. 후보로 나서는 사람이 경선 프로세스가 잘못됐다고 거부하는 것보다 주어진 프레임에서 해보자는 것을 욕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 또 그것을 주장했다고 해서 고집불통이라고 해서도 안 된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 아닌가."
-이번 선거는 세대 간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선거는 젊은 사람도 한 표, 나이 든 사람도 한 표를 행사한다. 어떻게 보면 세대 간 경쟁하는 구도다. 안철수 교수는 20, 30대가 열광하고 있고 60, 70대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 나이와 세대별로 경쟁을 하는 묘한 양상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관점이 세대별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SNS)의 영향력은.
"(SNS를)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너무 소셜네트워크를 지나치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SNS를 주로 이용하는 층은 투표율이 가장 낮다. 지난 총선 때 그들이 민주당에 어떤 작용을 했는가 뒤돌아보면 알 수 있다. 계층별로는 40, 50대가 중심을 잡으면서 선거 판세를 결정할 것이다. 20, 30대가 아니다. 20대는 오히려 보수화하는 경향도 있다."
-여론조사가 오히려 민심을 왜곡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여론조사는 물러날 사람과 출마할 사람을 골라주는 역할을 한다.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과정의 사회적 시스템(소셜 시스템)으로 봐줘야 한다. 여론조사가 없다면 독불장군이 나와서 멋대로 하거나 정치과정을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지 않은가.
여론조사의 범람으로 인해 정치가 지나치게 포퓰리즘으로 가거나 동구나 유럽 사회주의 정당이 집권하면서 그리스나 스페인 같은 포퓰리즘의 비극도 겪을 수 있다.
또 여론조사 1위가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1, 2위 간 격차는 좁혀진다. 대세가 굳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13번 중 12번이 1위와 2위 간에 역전이 쉽지는 않았지만 격차가 좁혀졌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다수당이 안 될 것으로 생각했다. 민주당도 자신들이 다수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언더독이펙트'라는 것인데 개 두 마리가 싸우면 밑에 깔린 개를 응원하는 그런 효과를 말한다. 2위가 유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선거에 여론조사가 도입된 것은 언제부터였나.
"대선을 예측한 것은 1987년 때가 처음이다. 그때부터 여론조사가 정확하다는 것을 알면서 언론이 각종 선거에서 여론조사 지표를 적극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여론조사는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과정이다. 다시 말하자면 어떤 정책이나 지지자들의 흐름이 어떻게 된 것인지 과정이 투명하게 밝혀져야 민주주의가 성립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여론조사다."
1974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조사전문회사인 한국조사연구소(KSP)를 설립, 여론조사 제도를 국내에 도입한 박 회장은 1978년 갤럽인터내셔널에 가입하면서 '한국갤럽조사연구소'로 개칭, 38년간 여론조사 한 길을 걸어온 국내 여론조사계의 대부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현재의 상황에서 올해 대선을 예측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면서 "후보들의 지지도는 계속 변할 것이고 어떤 사건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현재의 지지율보다는 대선 레이스 도중 큰 이슈를 만드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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