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1-백두산
민족의 영산 백두산은 꼭 가고 싶은 여행지였다. 때마침 백두산 여행 모집에 5박 6일의 일정으로 부부가 동행하게 되었다.
높이가 2,750m나 되는 백두산은 기후변동이 매우 심해서 몇 번을 가도 운이 좋아야 천지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들은 바 있었기에 동행한 일행은 하나같이 천지를 볼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6월 초순이지만 하얗게 눈이 쌓여 있고 차도만 녹아서 차가 오를 수 있었다. 눈보라가 휘날려 준비한 비옷을 입고 약 10분 정도 걸어서 보고 싶은 천지에 도착했지만 천지는 뿌연 구름 속에 있었다. 앞을 10m도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기다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물안개가 걷히고 천지가 선명히 드러났다. 숨죽이고 기다리던 관광객들은 한순간 감탄소리와 환희의 손뼉을 치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불과 4, 5분 동안 천지를 허락하더니 다시 순백의 구름은 천지를 덮어버렸다.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서 장백폭포 계곡의 끓는 화산 흔적을 보며 하산했다. 북한 만포 마을 뒷산은 민둥산이 많았다. 옥수수를 심으려고 경사진 산을 깎았다고 한다. 비옥하지도 않은 땅에 옥수수를 심었으니 수확도 미미할 정도였다고, 조선족 3세가 휴식 중 귀띔해 주었다.
호텔에 짐을 풀고 압록강 철교 쪽으로 저녁 산책을 갔다. 단둥 쪽에는 발전되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보기 좋았지만 북한 쪽은 적막했다. 비슷한 입지조건에도 낙후된 북한의 모습이 참으로 애석하였다. 백두산과 북한의 국경지대를 보며 동족끼리 골육상쟁으로 대치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고 통일의 절실함을 깨닫는 여행이었다.
나희봉(대구 달성군 화원읍)
♥수필2-행복의 우물에 빠진 날
지난 초복(初伏) 때의 일이다. "택배 왔어요"라는 고함과 함께 젊은이가 웬 아이스박스를 하나 놓고 갔다. 발신인을 살펴봤으나 딱히 기재된 바는 없었지만 공짜는 양잿물도 좋아하는 게 사람인지라 서둘러 개봉해 보았다.
오리고기 훈제 요리가 적당한 크기로 진공포장돼 있어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언제든 꺼내 먹을 수 있을 듯했다.
건강이 몹시 안 좋아 웃음을 잃은 지 오래인 고삭부리인 아내까지도 금세 입이 귀에 가 붙었다. 냉동실에 차곡차곡 갈무리를 해서 넣었더니 큰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아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건 그날 오후 늦게였다. 별일 없으시냐는 인사말과 함께 집에 뭔가 도착한 것이 없느냐고 물어온다. 오리고기의 주인공이 아들이었다.
한 달에 1, 2회 집에 올 때면 아들은 꼭 맛난 저녁을 사주고 간다. 건강식품도 빠뜨리지 않고 챙겨 준다. 아들 자랑은 '팔불출'이라고 하지만 우리 부부는 효심 지극한 아들 덕분에 오늘 행복의 우물에 빠져 즐겁다.
홍경석(대전시 동구 성남동)
♥시1-매미소리
텁텁한 바람의 긴 꼬리에 걸려 흔들리며
정이라곤 한 톨 없는 형광등 불빛에 밀려 삐딱한
낡은 방충망 그물 틈새에서
지쳐버린 매미소리가 잠을 청한다
나는 끌린 듯 일어나 창가로 다가가
세월의 포식을 피해 마음속 깊이 숨어
빛이 바랜 굵은 실로 그 뒷다리를 매어둔다
이제 매미는 내 곁을 떠나지 못한다
옛날 내 손 안에서 날개를 파닥이며 울던 매미는
그때 내 귀를 울리던 매미소리는
이제 돌아와 내 마음을 울리고 있다
아득한 포플러 나무 위를 올려다보며 침을 삼키며
두근대던 가슴 위에 매미를 올려놓던 그 시절이
지금 내 창가에 걸려있다
내 어린 마음이 창가에 매달려 있다
여환탁(영천시 교촌동)
♥시2-매미
그 오랜 함묵(含默)의 시간.
안으로 안으로,
님 그린 상사몽(想思夢)
울음으로 곱게 부화해 오다가,
드디어 고운 음성 담은
너희들이 잉태되었구나.
참고 참아 왔던,
님 그린 아픔은,
햇살 뜨거운 날
잘 다듬어 빚어진 목소리들로,
나뭇가지들마다 여름 열매로 열려
이 여름을 더욱 곱게 익어가게 하는구나.
오르지 못한
천상(天上)의 꿈을
지상(地上)에서 오롯이 펼치며,
네 몸 스스로 죽여 가며
고운 울음으로 향연을 펼치는 너희들은,
정녕 울어야만 살아 있는,
여름의 지킴이.
아름다운 열기(熱氣)의
진정한 한(恨) 풀이의 소리꾼
정창섭(밀양시 내이동)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이길자(김천시 평화동)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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