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각지의 사찰에 가면 삿갓을 눌러쓰고 지팡이를 짚은 맨발의 동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본 진언종(眞言宗)의 창시자 구카이(空海'774~845) 즉, 고보대사(弘法大師)의 동상이다. 일본 불교사에서 고보대사가 점하는 위치는 우리나라의 원효대사에 비할만하다 하겠다.
서기 774년 오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엘리트 구카이는 불교에 심취해 30살에 당나라에 유학을 가, 장안(長安) 청룡사(靑龍寺)에서 중국 진언종의 창시자 혜과(惠果)의 수제자가 됐다. 혜과로부터 진언종의 종지(宗旨)를 받고 귀국한 구카이는 일본에서 본격적인 포교 활동을 시작했다. 구카이가 일본에 전파한 진언종은 주문, 신비한 언어와 의식, 죽은 조상을 위한 제사 등을 강조하는 종파로 밀교(密敎)에 맥을 두고 있다.
그는 교육과 구휼에 힘쓴 사회운동가이기도 했다. 빈민의 자제도 제한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일본 최초의 사립학교를 세웠고 학교 무료 급식 제도를 실천했다. 그의 이런 정신은 일본인들 사이에서 '길에 나서면 어대사(御大師) 님을 만나 동행한다'는 말까지 낳았다. '어대사'는 구카이 즉 고보대사를 가리킨다. 왕으로부터 대사라는 시호를 받은 고승들은 많지만 어대사로 불린 이는 일본에서 구카이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김해용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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