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맛있게 먹기] 앙상블

작품 전반의 균형·통일·조화…연극·뮤지컬·음악의 필수 요소

참 많이 들어본 말이고 그 뜻도 대략적으로는 알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쓰이는 말인지 또 정확히 어떤 뜻을 지닌 말인지 설명하라고 하면 난감해지는 경우가 있다. 같은 말이 여러 곳에서 여러 가지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물론 그 말이 외국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앙상블'(ensemble)이란 말이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닐까?

앙상블이라는 말은 원래 프랑스어로 '함께' 혹은 '동시에'라는 뜻이었는데 지금은 '통일'과 '조화'를 나타내는 용어로 이해되고 있다. 현재 우리가 말하는 앙상블은 주로 음악에서 사용하는 말로 여러 명에 의한 합주나 합창 등을 의미한다. 패션에서도 이 말은 많이 사용되는데 그때는 조화를 이루도록 디자인한 한 벌의 옷 또는 가방과 구두, 모자 등의 어울림이나 통일을 말한다고 한다. 결국 앙상블이란 용어는 이 말이 적용되는 분야는 달라도 기본적인 의미는 앙상블이란 용어의 어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모두 비슷한 셈이다.

그래서 연극에서 말하는 앙상블도 앙상블이란 말 본연의 의미에서 그리 벗어나지는 않는다. 작품의 주제를 드러내기 위한 통일, 각각의 개성이 강한 배우들의 균형을 맞추고 조화시키는 것 등 연극의 앙상블이 뜻하는 것은 모두 통일과 조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한 명의 배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배우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그들을 조화시켜 하나의 일관된 효과를 얻으려는 연극 연출법, 한 극단에서 공동으로 연극을 제작하는 배우 집단 등도 모두 앙상블이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오래전부터 음악에서 사용하던 앙상블이란 말은 차츰 연극에서도 아주 중요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근대극 이후에는 앙상블을 점점 더 중요하게 여기며 앙상블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는 이론가나 연출가가 늘어났다. 물론 배우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어떤 배우는 '연기는 앙상블이다'라고 정의할 정도로 앙상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연출가가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지 않아서 어떤 연출가는 '연출은 앙상블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결국 이를 종합해 '연극은 앙상블이다'라고 표현하기에 이르게 된 셈이다.

요즘은 연극과 음악 두 종류의 예술적 특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뮤지컬에서 앙상블이란 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뮤지컬에서 말하는 앙상블은 연극에서 말하는 전체적인 조화를 의미하는 앙상블 이외에 다른 뜻이 있다. 이는 뮤지컬 공연의 프로그램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뮤지컬을 처음 접한 사람들이라면 궁금증을 가지고 봤을 법한 앙상블이라는 말은 특정 배역의 이름이 아니다. 주연과 조연 등을 제외한 여러 단역들을 모두 소화하는 배우들을 뮤지컬에서 흔히 앙상블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뮤지컬에 등장하는 단역을 앙상블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니다. 앙상블은 여러 단역을 연기하기도 하고 주연 뒤에서 함께 노래하는 코러스가 되기도 하며 특정 장면의 효과를 위한 무용수가 되기도 하는 등 단독으로 돋보이는 게 아니라 조화로운 전체의 장면을 위한 부분의 기능을 수행하는 역할이다. 그들은 작품 전반의 균형과 통일, 조화에 가장 큰 목적이 있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앙상블이라고 부른다고 볼 수 있다.

뮤지컬 배우들은 대부분 초창기에 앙상블 역할부터 맡아 기초를 다지면서 성장해 조연, 주연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들을 영화에서처럼 단역이나 엑스트라로 부르지 않는 것은 작품에 있으나 없으나 큰 차이가 없는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앙상블의 중요성을 강조해 연극은 앙상블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뮤지컬도 마찬가지다. 작품 전체의 조화를 의미하는 본연의 뜻 앙상블과 주연과 조연 이외의 배역을 의미하는 앙상블은 같은 말이지만 그 의미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그 둘 모두가 뮤지컬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이는 결국 작품 전반의 균형과 통일, 조화의 중요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연극, 뮤지컬, 음악 모두 앙상블은 꼭 필요한 요소인 것이다.

안희철＜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