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흠뻑 젖고 나니 마음속 찌꺼기 씻겨간 듯
비 내리는 날엔 우울마저도 달콤하다. 감정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가 내리는 날은 음악을 듣거나 영화 보기 좋은 날이라고도 한다. 비를 소재로 한 감미로운 음악에 영화 한편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 슬픈 영화와 음악은 더 슬프게, 웃긴 영화는 더 웃기게 볼 수 있다.
◆영화
비로 눅눅한 기분이 가시지 않는다면 손예진과 조승우 주연의 '클래식'을 보자. 창 밖의 빗줄기가 그대로 스크린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만으로도 보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풋풋했던 첫사랑의 가슴 설렘과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을 때의 뜨거움, 그리고 이별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감정의 변화들이 비를 타고 전해진다.
화끈한 액션을 원한다면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보자. 안성기와 박중훈이 장대비 내리는 탄광촌에서 벌이는 대결 장면이 압권이다. 강동원과 조한선이 주연한 '늑대의 유혹'에서 우산을 살짝 들어올리며 내미는 해맑은 강동원의 얼굴은 여성들의 즐거운 비명을 자아낸다.
첫사랑의 싱그러움을 느끼고 싶다면 영화 내내 시원하게 빗줄기가 쏟아지는 이와이 순지 감독의 '4월 이야기'가 좋을 듯하다. 외화 '사랑은 비를 타고'는 비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고전이 된 뮤지컬 영화다. 무명의 뮤지컬 배우 캐시 셀던과 당대 최고의 영화배우 돈 록우드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사랑에 빠진 주인공이 빗속에서 우산을 들고 가로등에 매달려 '아임 싱잉 인 더 레인'(I'm singing in the rain)을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쇼생크 탈출은 비 때문에 집 안에서 꼼짝 못하는 사람들에게 해방감을 안겨주는 영화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뒤 20여 년 만에 탈옥한 앤디(팀 로빈스)를 처음 맞아주는 것은 비. 시원하게 쏟아지는 장대비를 두 팔 벌려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 비 오는 거리에 뛰쳐나가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한다.
◆음악
비와 관련된 노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가 고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이다.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수십 번은 들어봤음직한 낯익은 가사로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받았던 노래이다. 유독 비와 관련된 노래가 많이 실려 있는 김현식 3집 앨범은 비 오는 날처럼 아름답다. 타이틀 '비처럼 음악처럼'을 비롯해 '빗속의 연가''비 오는 어느 저녁'까지 제목에 비가 들어간 노래가 세 곡이나 수록돼 있다.
'빗속의 연인'은 살아 있는 기타의 신, 한국 록의 역사 등 온갖 화려한 수식어로도 설명이 부족한 신중현의 주옥같은 명곡 가운데 하나이다. 1964년 발표한 이 곡은 당시 '커피 한잔' 등과 함께 서양의 록 장르에 한국적인 색채를 입힌 노래라는 찬사를 받았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으로 시작하는 가사가 아니더라도 비가 내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노래가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이다. 1978년 심수봉이 '제2회 대학가요제'에서 '그때 그 사람'을 불러 히트시킨 후, 특히 중년층이 좋아해 현재까지 불려지고 있는 노래다.
이 밖에 비 오는 날 생각나는 노래로 김태우의 '사랑비'와 럼블피쉬의 '비와 당신', 클래지콰이의 'Gentle Rain' 등이 있다. 그리고 이승훈의 '비 오는 거리'는 멜로디와 가사가 비와 가장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건모의 '빨간 우산'도 비가 내리는 날 많이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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